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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이란 결핍을 온몸으로 인정하는 행위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 #01(D+351)

by 서강


괴테를 만났다. 오늘부터 괴테의 손을 잡고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친다.

“나는 허세를 부린 적이 한 번도 없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이나 뼈저린 고통을 겪지 않은 것을 글로 쓰거나 입에 담지 않았다. 미음 없이 증오를 표현한 시를 쓸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사랑할 때만 사랑 시를 썼다. -괴테-


사람들은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이루어진다고, 염원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아차렸다. 간절함이란 결핍을 온몸으로 인정하는 행위라는 것을.


남부러울 것 없이 승승장구하면서 살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업이 처참하게 무너졌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희망도 사라지고 힘들었다. 회복하고 싶었다. 그 간절함이란 때론 발버둥이었고, 때론 애원이었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왜였을까. 나는 없음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없는 것, 잃은 것, 무너진 것만을 들여다보며 그것을 채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금의 내 모습만 보면 "부럽다"는 말을 건넨다. 당연하다. 그들은 내가 입을 열기 전까진 내 흑역사를 모르니까,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닌데 말이다.



아버지의 부재

나는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가 기억에 없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아버지라는 단어가 낯설고 어색해서 너무 힘들었다.


첫눈에 반한 사랑

남편과 서로 첫눈에 반했다.

주변이 떠들썩할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시대가 가로막는 장벽을 넘어 결혼까지 골인했다.


출산의 고통

제왕절개로 세 아이를 낳으면서 출산의 고통을 견뎠고, 그제야 엄마의 마음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 알 수 있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어린 세 아이를 혼자서 감당해야 했고, 현실을 인정하기 너무 힘들었다. 격한 사춘기를 치른 아들 덕분에, 아빠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왔다.


사업의 실패

사업 실패로 길바닥에 나앉기 직전까지 가봤고,

돈이 없으면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무서울 정도로 경험했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

예고되지 않은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뼈에 사무치는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가장이 된 나 자신을 발견, 나만 바라보고 있는 세 아이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나를 짓눌렀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모든 일들이,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난 지금은 자양분이 되어 나를 지켜준다.

아픔도, 결핍도, 상실도, 사랑도, 준비되지 않은 이별도, 성공도 모두 글쓰기의 소재가 된다.


괴테가 말하지 않았던가.

체험하지 않은 것, 뼈저리게 겪지 않은 것은 글로 쓰지도, 입에 담지도 않았다고.

결국 모든 글은 고통을 겪은 후 진정성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수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단 한 번도 '나는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랬다. 요즘 말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인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그게 내 안에서 나를 지켜주는 '지니야'였는지도 모른다.


나이의 무덤에 나를 가두려 하지 않는다.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산다. '난 잘할 수 있어, 잘될 거야'라는 확신을 품고 산다.


간절히 원하는 대신, 있음에 집중한다.

결핍을 인정하는 대신, 지금 내게 있는 것들을 헤아려본다. 헤아리다 보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훨씬 많다.

그 모든 것들을 자원 삼아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간다. 결핍이 아니라 충만을 바라볼 때, 비로소 삶은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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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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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가장 지키기 힘든 내 마음, 필사로 다스리며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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