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익숙함이라는 함정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 #05(D+355)

by 서강


남편과 나는 동갑내기 친구로 만나 연애를 거쳐 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사이의 언어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격식 없이 편하게 지내는 게 더 좋은 거라고, 그게 우리만의 자연스러움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다툼이 잦아졌고, 말다툼은 유독 격해졌다. 평어로 주고받는 말들은 어느새 막말이 되어 있었다.

"너 왜 그래?" "네가 뭘 알아?" 같은 말들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친구 사이였을 때는 괜찮았던 그 투가, 부부가 된 후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서로를 베었다.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결혼이라는 안전망 속에서, "이제 내 사람"이라는 착각 속에서, 서로를 함부로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책이 시급했다. 의논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 서로에게 경어를 쓰기로. 처음엔 너무 어색했다. 마치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여보, 저녁 드셨어요?"라는 말이 입에서 겉돌았다.

웃음이 나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써나갔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존댓말은 단순한 언어 형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태도였고, 마음가짐이었다. "당신 왜 그래요?"라는 말 한마디에는, "너 왜 그래?"와는 다른 무게가 실렸다. 말을 고르게 되고, 말투를 조심하게 되고, 상대방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다툼도 줄어들었다. 화가 나도 존댓말을 쓰려니 억지로라도 톤을 낮추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감정도 가라앉았다.


괴테는 말했다. "진짜 연애는 결혼 생활을 시작하며 경험할 수 있다. 모든 문화의 시작"이라고. 얼마나 멋진 말인가. 우리는 결혼과 동시에 모든 게 완성되었다고 착각한다. 이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잡은 물고기라고 믿는다. 하지만 결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매일매일 서로를 새롭게 대하고,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는 긴 여정의 출발점이다.


나의 가치를 보여줄 최고의 무대가 결혼이라는 괴테의 명언처럼,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가장 편한 사람,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 그것이야말로 한 사람의 진짜 인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매너가 사람을 만들 듯, 매너는 말버릇에서 시작된다.

결혼은, 서로를 함부로 대할 권리를 준 게 아니라, 평생 서로를 귀하게 여길 책임을 준 것이니까.

KakaoTalk_20251103_082742329.jpg
KakaoTalk_20251103_082742329_01.jpg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中
화면_캡처_2025-10-24_132937.png

https://open.kakao.com/o/gWx0m5Wh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단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