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 #04(D+354)
이른 아침부토 부산하다. 초등학교 동창들과 청도 운문사로 가을 나들이를 가는 날이다. 필사를 하고 갈까, 다녀와서 할까의 기로에 서 한참을 옥신각신한다. 이런 일로 고민하는 내가 우습기도 했지만, 그 순간만큼 제법 심각한 갈등이었다. 다녀와서 하려면 피곤해서 또 미루게 될 게 뻔하다. 일단 하고 가기로 결정을 했다.
"선한 것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나중이라는 말은 필요 없다. 그들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을 시작한다."라고 괴테가 나를 향해 부르짖는 소리처럼 들렸다.
생각해 보면 지금 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중에 해야지" 하다가 영영 기회를 놓쳐버린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감사하다.
이 간단한 말들을 왜 그토록 아끼고 살았는지, 아끼면 똥 된다고 했는데 말이다. 마치 언젠가는 더 완벽한 순간이 올 것처럼, 더 적절한 타이밍이 있을 것처럼. 하지만 그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 아니, 오더라도 이미 늦어버린 후일 때가 많다.
평소에 나는 입버릇처럼 말하지 않았던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그런데 정작 작은 일 하나도 '나중에, 나중에' 미루고 있는 내 모습이라니. 부끄러웠다.
'일단 하자.'
오늘 내가 정한 키워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안 하거나 미루는 건, 결국 나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니까.
달리는 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인생이라는 게 어쩌면 '일단 하자'의 연속이 아닐까. 완벽한 준비, 완벽한 타이밍 같은 건 애초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해야 할 말을 하는 것. 그것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운문사 가는 길이 참 멀게만 느껴지던 아침, 귀한 깨달음을 안고 달린다. 선한 일은 거창한 게 아니라는 것. 미루지 않고 지금 시작하는 것, 지금 말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후회는 언제나 하지 못한 것에서 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