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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에 목마른 사람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 #17(D+367)

by 서강

교만의 벽이 무너질 때, 비로소 나는 나답게 빛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손끝에 스며드는 글자들이 있다. 필사를 하다 보면, 어느새 글자는 내 안으로 스며든다, 나는 글자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오늘도 그랬다.

"사람들은 자랑에 목말라 있다"는 생각 앞에서 펜을 멈췄다.


얼마나 많은 순간, 나는 나를 증명하려 했던가. 보이지 않는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춤을 추듯, 나의 가치를 설명하고 포장하고 과시하려 했다. 그것이 교만인 줄도 모르고, 그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 믿으며.

교만의 벽은 높았다. 스스로 쌓아 올린 벽이었지만, 정작 그 안에 갇힌 사람은 나였다. 세상을 내려다보려고 올라간 벽 위에서, 나는 오히려 세상과 단절되어 있었다. 진짜 내 모습은 벽 뒤에 숨겨진 채, 허상만을 바깥에 내보이며 살았다.


그 벽이 무너지는 과정은 참으로 아팠다.

시련이라는 이름의 허들을 하나씩 넘을 때마다, 나는 깎였다. 자존심이 깎이고, 고집이 깎이고,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졌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날들이었다.


그 모든 것이 '나의 나됨'을 위한 길이었다는 것을. 깎이고 또 깎여, 교만의 벽이 허물어졌을 때, 비로소 온전한 내가 태어났다. 포장되지 않은, 증명할 필요 없는, 있는 그대로의 나.

아침마다 펜을 잡고 필사를 한다. 한 글자 한 글자 옮겨 적으며, 나는 내 안의 교만이라는 잡초를 뽑아낸다. 어제도 뽑았고, 오늘도 뽑는다. 내일도 뽑을 것이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을, 나를 성장시키는 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복음송의 한 구절이 마음의 호수에 가을 낙엽처럼 살포시 내려앉는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고...." 예전엔 그저 노랫말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그 의미가 비로소 내게 속삭였다. 진흙탕 속에서도 빛나는 보석처럼, 진짜 사랑은 증명할 필요가 없다. 시기할 이유도, 자랑할 필요도 없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빛나니까.


눈물이 난다.

이 길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감, 지금도 여전히 필사라는 작은 수련으로 나를 가꿔가고 있다는 감사함, 그리고 이 깨달음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벅찬 마음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우리는 모두 자랑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랑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용기다. 교만의 벽을 허무는 고통을 견딜 힘이다. 깎이고 부서지는 과정 속에서도, 이것이 나를 위한 길임을 믿는 신뢰다.


보석은 진흙탕 속에서도 빛난다.

우리도 그렇다. 시련 속에서도, 허물어지는 순간에도, 우리는 빛나고 있다. 다만 아직 그것을 모를 뿐. 조금 더 깎이고, 조금 더 허물어지면,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얼마나 대단함을 넘어 위대하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알게 될 것이다.


하늘이 예비한 축복은, 교만을 버린 자리에 채워진다.

오늘도 나는 펜을 든다. 한 글자씩 옮겨 적으며, 내 안의 잡초를 뽑아낸다. 그리고 기도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함께 성장하고 함께 하늘의 복을 누리며 살아가기를.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함께 걷는 이 길 위에서, 서로를 비추는 빛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KakaoTalk_20251116_102617198_01.jpg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中

https://youtu.be/NlnUpoL9 Y9 M? si=CJKuiML5 mhpGdIq7


필사로 대단함을 넘어 위대함으로 함께 손 잡고 가실 분을 초대합니다.

https://open.kakao.com/o/gWx0m5Wh

https://youtu.be/M_47Npc69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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