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 #20(D+370)
우리에게는 꾸준함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괴테가 "바보든 천재든 어중간하면 안 된다"라고 일갈했을 때, 마치 제 심장이 송곳에 찔리는 듯했습니다. 저처럼 특별히 잘하는 것 없이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이것저것 손만 대는 사람은 주변에 피해만 주는 '어중간한 자'가 아닐까 하는 트라우마에 오랫동안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재능은 타고난 '빛나는 성취'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꺼지지 않는 꾸준함'에 있다는 것을요. 이 꾸준함이야말로 어중간함이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늘 천재의 반짝이는 성공이나, 아예 모든 것을 놓아버린 사람의 순수함만을 주목합니다. 그 중간에서 허우적대는 우리는 늘 부족함을 느껴야 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함은 그들의 시선에 갇히지 않는, 가장 강력하고 본질적인 삶의 방식입니다. 화려함은 금세 시들지만, 끈기는 시간을 초월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매일, 조용히, 작은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결국 제 삶의 지층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유일한 이유가 됩니다.
저는 요리도, 공부도, 주식투자 일지 기록도, 운동도, 심지어 유튜브 영상 제작도 무엇 하나 프로페셔널하지 않습니다. 그저 서툽니다. 하지만 매일 멈추지 않고 해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매일 30분씩 하는 운동은 당장 눈에 띄는 근육을 만들어주지는 못하지만, 1년 뒤 돌이켜보면 잔병치레 없는 단단한 몸을 선물해 줍니다. 꾸준히 쓰는 필사 노트는 당장 제 글솜씨를 한강 작가님처럼 만들어주지 못해도, 글에 대한 낯선 감각과 깊이를 저도 모르는 새 시나브로 스며들게 합니다. 이것은 마치 옷을 순식간에 젖게 하는 폭우가 아니라, 소리 없이 옷깃을, 소매를, 마침내 온몸을 시나브로 스며들게 하는 가랑비와 같은 힘입니다. 잘하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는 이 작은 습관들이 모여 제 삶의 방향을 바꿔놓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어중간함 때문에 스스로를 미워했던 지난날의 트라우마는 이제 훌훌 털어버리십시오. 우리는 그저 끝없는 배움의 여정을 걷는 연습생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천재처럼 빨리 뛰는 것이 아니라, 바보처럼 보일지언정 멈추지 않고 걷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처음 경험하는 세상에서 무엇이든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매 순간을 보물 찾기처럼 대할 것입니다. 눈에 띄지 않아도 묵묵히 이어가는 여러분의 꾸준함이야말로 가장 믿음직하고 아름다운 빛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 꾸준한 가랑비가 모여 여러분의 삶에 눈부신 결실을 가져올 것을 믿습니다. 우리, 함께 멈추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