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 #19(D+369)
필사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글쓰기란 결국 마음 쓰기라는 것을.
우리 안에는 오직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다. 그 소리를 바깥으로 꺼내는 방법은 세 가지다. 말, 행동, 그리고 글. 말은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행동은 순간으로 사라진다. 기억에 남는다 해도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글은 다르다. 글은 기억이 아닌 기록으로 남는다.
오늘 있었던 일을 쓰면 일기가 된다. 하지만 오늘 내 마음의 소리를 쓰면, 그것이 글쓰기다. 나는 지금 만학도로 문창과 수업을 듣고 있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수업은 분명 도움이 된다. 문장을 다듬는 법, 구성을 짜는 법, 묘사를 살리는 법. 하지만 수업에서 배우는 것은 결국 도구일 뿐이다. 기본 툴을 익히는 것이지, 글쓰기 그 자체를 배우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에는 공부가 없다.
필사를 하면서 다시 느꼈다. 내 주변의 모든 것이 글감이라는 사실을. 사람, 동물, 자연, 그리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들까지. 특별한 소재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내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그것이 이미 글이 된다.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 안에도 이미 쓸 이야기가 가득하다고. 잘 쓰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당신의 마음이 하는 말을 옮겨 적으면 된다고. 박완서 선생님도, 다른 어떤 작가도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지 않았다. 다만 자기 마음에 귀 기울이고, 그 소리를 정직하게 적었을 뿐이다.
글쓰기는 기술이 아니라 용기다. 내 마음을 들여다볼 용기, 그것을 있는 그대로 기록할 용기.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 당신 마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한 줄이라도 적어보면 어떨까.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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