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35(D+385)
질투를 했다.
남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서 속이 탔다. 그런데 한 번도 나 자신을 증명하려 애쓴 적이 없었다. 내 실력을 키우기 위해 땀 흘린 적도 없었다. 그저 질투만 했다.
추측만으로 판단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단정 지었다. 당연히 오해가 생겼다. 불신이 쌓였다. 추론 대신 추측을, 이해 대신 단정을 선택한 대가였다. 친한 사람의 말만 믿고 한쪽으로 기울기도 했다.
설득하려고만 했다.
설명은 건너뛴 채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려 했다. 누구나 설득당하는 건 거부하게 마련인데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했다.
나는 혼자 있는 걸 싫어한다고 믿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바쁘게 움직였다. 왜 그러는지도 묻지 않았다. 내면의 목소리는 무시했다. 그냥 몸이 이끄는 대로 살았다. 바쁘면 뭔가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줄 알았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왜 자꾸 밖으로 나도는 걸까? 답은 간단했다. 외로웠던 거다. 외로움은 밖을 향한다. 사람을 찾아다니게 만든다. 반면 고독은 안을 향한다.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게 한다.
고독을 택했다.
혼자 책을 읽었다. 글을 썼다. 드라마를 몰아봤다. 그러다 알았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지금 이 순간, 필사를 한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한다. 나를 돌아본다. 점검한다. 매일 조금씩 나를 알아간다. 행복하다. 이 시간 동안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 든다. 고독을 천천히 씹어 먹는다. 맛있다.
인간은 누구나 병들고 늙고 끝내 죽는다.
늙을수록 혼자가 된다. 그렇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홀로 남겨질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알아둬야 한다. 그래야 덜 외롭다.
필사 덕분에 다행이다.
나는 이미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안다. 고독을 즐기줄 안다.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만나는 것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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