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밭
성경을 펼치면 늘 생각한다. 예수님은 왜 그토록 비유를 좋아하셨을까.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면 될 것을, 왜 씨 뿌리는 사람 이야기며, 겨자씨 이야기며, 포도원 품꾼 이야기를 돌고 돌아하셨을까. 어쩌면 그분은 아셨는지도 모른다. 단번에 이해되는 말은 단번에 잊힌다는 것을. 머리로만 받아들인 진리는 가슴까지 내려가지 못한다는 것을.
마태복음 13장에 나오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그저 농사 이야기려니 했다. 길가 밭, 돌밭, 가시밭, 좋은 밭. 씨앗이 떨어진 땅에 따라 결실이 다르다는 평범한 이야기.
그런데 이 말씀을 필사하고 또 필사하면서, 문득 깨달았다. 이건 농사 이야기가 아니라 나 이야기였다. 씨는 늘 같았다. 내가 필사하는 문장들도 늘 같았다. 하지만 어떤 날은 그 문장이 길가에 떨어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나는 그저 손만 움직였을 뿐 마음은 딴 곳에 있었다. 그러면 그 문장은 새에게 먹혔다. 흔적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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