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여는 순간, 햇빛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바닥에 내려앉은 빛을 보며 나는 습관처럼 펜을 집어 들었다. 필사를 시작한 지 오늘로 405일째다.
시작은 소박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천천히 옮겨 적고, 가까운 사람들과 말없이 나눴다. 설명하지 않았다. 말로 설득하는 순간, 그 문장이 가진 힘은 희석될 것 같았다. 좋은 것은 직접 경험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한 명씩, 두 명씩 함께 쓰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들은 각자의 안에서 빛나던 무언가를 서서히 발견해 냈다. 표정이 달라졌다. 말은 줄어들고 선택은 단단해졌다. 그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쁨이었다.
필사하는 시간은 온전히 나에게로 향하는 시간이다. 누구의 시선도, 누구의 속도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종이 위에서 나는 나를 만난다.
한때 나는 외로움을 다른 곳에서 메우려 했다. 사람들 틈으로 파고들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텅 비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 속에서 고독은 더 짙어졌다.
돌아보니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세상 끝까지 함께할 존재는 나 자신 뿐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른 척하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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