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이 되면 창밖 빛이 서서히 식는다. 사무실 형광등 아래서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 나는 자연스럽게 내일을 떠올린다. 그래서 평일 저녁에는 약속을 잡지 않는다. 하루 피로가 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걸, 몸이 먼저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지난주는 조금 달랐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서울을 다녀왔다. 사람을 만나고, 길을 걷고, 말을 나누며 꽤 많은 에너지를 썼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몸이 한 박자 느려져 있었다.
그런데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에 뜻밖에 약속이 잡혔다. 평소라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물러섰을 터였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기쁜 마음으로 나섰다.
아마도 가벼운 안부를 나누는 자리였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내 시간은 이제 함부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그 만남에는 사람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있었고, 나는 그런 시간에만 기꺼이 나를 내어준다.
그 만남은 상담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애매했다. 누군가 이야기를 듣고, 마음 매듭을 함께 살펴보는 시간에 가까웠다. 나는 말을 아꼈고, 대신 귀를 열었다. 상대 표정과 숨 고르기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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