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446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31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부모와 스승으로부터 벗어나 낯선 곳으로 첫걸음을 디뎌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익숙한 품으로 돌아가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혼자 걸어야 하는 고독의 시간을 피할 수 없다. — 헤르만 헤세
우리는 모두 스스로를 잘 안다고 착각하며 산다. 하지만 정작 내 몸이 보내는 비명에는 지독하리만큼 문맹이다.
지난주 어느 아침, 나는 비로소 나의 무지를 마주했다. 눈을 떴지만 몸은 다른 세상의 언어를 쓰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여 문장을 적는 당연한 행위조차 거대한 벽처럼 다가왔다. 타인과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받고, 스스로 몸을 일으키는 그 모든 일상적 동작 뒤에 얼마나 처절한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었는지, 무너지고 나서야 읽어낼 수 있었다.
우리는 원대한 성공을 말하고 고독한 독립을 꿈꾸지만, 정작 그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하는 '육체'라는 기반을 너무 쉽게 방치한다. 보살피지 않는 몸은 결국 멈춰 서기 마련이고, 몸이 멈춘 곳에서 당신의 꿈도, 철학도, 사랑도 함께 멈춘다.
헤세가 말한 '낯선 곳으로의 첫걸음'은 의지만으로 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독을 견뎌낼 수 있는 신체적 보살핌이 전제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내가 오늘 필사를 권하는 이유는 예쁜 글씨를 쓰기 위함이 아니다.
필사는 펜 끝의 저항을 느끼며 내 감각의 속도를 회복하는 행위다. 문장을 따라 쓰며 생각의 속도를 늦출 때, 비로소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몸의 신호가 들리기 시작한다. "오늘 조금 무리했어",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같은 아주 낮은 목소리들 말이다.
쓰지 않는 자는 읽을 수 없다. 내 몸이 보내는 간절한 신호도, 내 삶이 원하는 진정한 방향도. 필사는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정직한 방법으로 나를 읽어내는 공부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단하게 살아남기 위해 펜을 들어보라. 오늘 단 한 줄이라도 좋으니 당신의 호흡을 문장에 실어보길 권한다.
혼자서 그 신호를 읽어내기가 막막하다면, 함께해도 좋다. '필사로 내면 다지기' 오픈방에서는 매일 각자의 속도로 자신을 읽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완벽할 필요도, 서두를 필요도 없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몸이 보내는 첫 번째 문장을 적어보는 것. 그 작은 보살핌이 당신을 진정한 독립으로 인도할 것이다.
받아쓰기: 헤세의 문장 중 '고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천천히 적어보자.
느끼기: 펜을 쥔 손가락의 마디, 종이와 맞닿은 감촉을 온전히 느껴보자.
멈추기: 몸이 피곤하다고 말한다면, 오늘 할 일 목록에서 하나를 과감히 지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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