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450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35
"사랑하는 것과 살아가는 것은 하나다. 인생은 덧없고 잔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하다." — 헤르만 헤세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삶도 끝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나 또한 그랬다. 마지막 통화 후 두 시간 만에 날아온 남편의 부고. 그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증명은 그를 따라가는 것뿐이라 생각했다. 천지가 무너진다는 말은 결코 비유가 아니었다.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단절 앞에서 인간의 의지는 종이 한 장보다 가벼웠다.
사랑이 너무 커서 삶을 붙들 힘조차 잃어버린 그 순간, 나는 내가 사랑의 정점에 서 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 남긴 거대한 그림자에 잠식당한 것에 불과했다.
나를 암흑에서 끌어올린 건 역설적이게도 또 다른 사랑이었다. 초점 없는 내 눈동자를 보며 울먹이던 아이들의 숨소리. 그 순간 깨달았다. 진짜 사랑은 나를 파괴하는 광기가 아니라, 벼랑 끝에서도 기어코 내일을 살게 하는 지독한 생존의 동력이라는 것을.
부모가 자식의 밥상 위에 생선을 얹어주는 마음. 연인이 비바람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마음. 친구가 새벽 두 시에 걸려온 전화를 받는 마음. 그 모든 평범한 일상의 기저에는 '사랑하기에 살아야 한다'는 거룩한 명령이 숨어 있다.
사랑 때문에 죽고 싶다는 말은, 아직 사랑의 한 면만 본 것이다. 진짜 사랑을 알게 되면 인간은 결코 쉽게 죽을 수 없다. 지켜야 할 것들이 내 안의 생존 본능을 끊임없이 일깨우기 때문이다
.
헤르만 헤세는 인생이 '덧없고 잔인하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 뒤에 붙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하다'는 말은 오직 살아내는 자만이 만질 수 있는 전유물이다.
나에게 필사는 삶이라는 화려한 비극을 견디게 하는 고요한 의식이다. 동시에 내 삶을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거울이기도 하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내가 지켜야 할 사랑은 무엇인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필사는 이런 질문들을 타인에게 구걸하듯 설명하지 않아도 되게 해 준다. 그저 성자들의 문장을 한 글자씩 옮겨 적으며, 내 손끝에 남아 있는 온기를 확인하면 된다. 펜 끝이 종이 위를 구를 때마다, 우리는 죽음의 유혹을 밀어내고 삶의 영역으로 한 걸음씩 복귀하게 된다.
나는 필사를 통해 마음이 부서진 사람들에게 다시 살 이유를 찾아주고 싶다. 절망 속에서도 자기 삶을 질문할 힘을 되찾고, 그 질문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도 사랑할 수 있고, 나도 살 수 있다"는 작은 확신을 품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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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너무 무거워 사랑의 이유마저 짐이 된다면, 말 대신 문장으로 마음을 붙들어보자. 혼자서는 자꾸만 어둠으로 기우는 마음을, 같은 온기를 가진 이들과 함께 필사하며 다잡아보는 건 어떨까.
아침에 눈 뜨는 것이 두렵다면, 커피 한 잔과 함께 딱 한 문장만 옮겨 적어보자. 퇴근 후 공허함이 밀려온다면, 소파에 앉아 다섯 줄만 써보자. 잠들기 전 불안이 엄습한다면, 머리맡에 필사 노트를 두고 마음에 새기고 싶은 한 문장을 적어보자.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끝내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오늘, 당신의 절망을 문장 아래 잠재우고 '살아감'이라는 화려한 축제에 다시 참여하길 바란다.
내가 오늘 죽지 않고 살아야만 하는 '사랑의 이유' 한 가지 적어보기. 그것이 비단 거창한 것이 아닐지라도, 당신을 살게 한다면 그것이 우주만큼 거대한 사랑이다.
함께 문장의 힘으로 내면을 다지고 싶다면, '필사로 내면 다지기' 오픈방에서 당신의 첫 문장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