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도전이 힘든가요. 사실은, 변하는 게 무서운가요

[필사 452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37

by 서강
사랑은 간절히 청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강요해서도 안 된다. 모든 사랑은 그 자체로 확신에 이르는 힘을 가져야 한다. 억지로 끌림을 당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끌 수 있는 사랑이어야 한다. - 헤르만 헤세


[첫걸음이라는 무게]

나에게도 여전히 무거운 문이 하나 있다.

누군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이 내게는 아직 열지 못한 숙제 같은 문이다. 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묻는다. "그게 왜 어려워? 그냥 가면 되는 건데." 하지만 그들에게 쉬운 것이 내게는 거대한 벽일 때가 있다.


반대로 내가 매일 묵묵히 해내는 필사가 누군가에겐 도저히 엄두 나지 않는 도전이 되기도 한다는 걸 나는 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문 앞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성이는 사람들이다.


내가 필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 또한 내 마음의 문 앞에서 평생 서성거리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그 문을 열 수 있었던 건 대단한 용기가 아니었다. 그저 한 문장을 옮겨 적어보겠다는, 작고 소박한 시도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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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는 왜 쓰는가]

많은 이들이 묻는다. 필사가 대체 무엇이냐고.

내게 필사는 '나를 설득하고 돌아보는 시간'이다.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사랑은 구걸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 그리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용기 또한 억지로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스스로 확신이 고일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필사는 바로 그 확신을 만드는 시간이다.


한 문장을 옮겨 적는 그 짧은 순간, 우리는 멈춰 서 있던 마음의 관성을 깨뜨린다.


펜 끝으로 종이를 스치는 순간, 나는 타인의 언어를 빌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글씨는 비뚤어져도 괜찮다. 문장은 짧아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그 시간만큼은 내가 나에게 집중한다는 것, 세상의 속도가 아닌 나의 호흡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거창한 변화를 꿈꾸지 않아도 좋다. 그저 종이 위에 잉크가 스며드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의 방향타는 아주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당신의 손잡이를 돌릴 시간]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가벼운 마음을 품길 바란다.

필사는 대단한 문장가가 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타인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중심을 잡기 위해 하는 것이다. 질문하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내 안의 답을 천천히 찾아가는 연습이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단 한 줄이어도 충분하고, 비뚤어진 글씨여도 괜찮다. 당신이 펜을 드는 순간, 당신은 이미 어제와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 걷는 길이 막막해 자꾸만 손잡이에서 손을 떼게 된다면, 함께 걸어보자. 같은 문장을 쓰며 각자의 첫걸음을 응원하는 곳에서, 당신의 귀한 진심을 기다리고 있겠다.


자, 이제 당신의 문장을 써 내려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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