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그 짧은 시간 안에 담긴 나

[필사 456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41

by 서강


사람을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초면 충분하다고 한다.

눈빛, 말투, 밥 먹는 속도, 옷매무새. 우리는 그 짧은 순간에 서로를 읽어낸다. 잔인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을 평가하고, 동시에 누군가에게 단 3초 만에 평가받으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3초'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오랫동안 밥을 먹는 게 아닌 '처리'하며 살았다. 손님이 오기 전에 서둘러 배를 채워야 했던 습관은, 직업이 바뀐 지금까지도 몸 어딘가에 남아 있다. 음미하지 못하고 삼켜버리는 식사는 삶의 전반적인 속도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의식하지 않으면 나는 여전히 그 속도에 갇혀 산다.




어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자꾸 떠오른다.

자신의 궁금증을 쏟아내느라 상대의 말을 끊어버리던 사람, 자신만의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하던 사람. 나는 그들을 보며 단 3초 만에 그들의 성향을 읽어냈다. 그리고 곧바로 서늘한 질문이 나를 찔렀다.


"그들은 나의 3초에서 무엇을 읽었을까."


기품은 '갖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철저한 연습과 훈련의 영역이다. 배우가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걷는 법부터 숨 쉬는 법까지 다시 배우듯, 우리도 '나'라는 삶을 품격 있게 만들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그 연습의 도구로 필사를 택했다.




누군가는 묻는다. 바쁜 세상에 왜 굳이 느릿느릿 글자를 옮겨 적느냐고.

나에게 필사는 단순히 글씨를 쓰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나를 타인의 시선으로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가장 경건한 의식이다. 펜 끝에 집중하며 속도를 늦추면 비로소 나의 결이 보인다. 내가 얼마나 서둘러 말을 내뱉었는지, 타인의 이야기에 얼마나 무성의했는지 문장 사이의 여백이 말해준다.


필사는 조급함으로 무너진 내 내면의 질서를 바로잡는 가장 정직한 교정 작업이다.

필사를 통해 화려한 문장가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현주소를 정직하게 마주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내가 지금 어떤 속도로 살고 있는지 깨닫는 순간, 비로소 '3초'의 품격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는 말한다. 익숙했던 하루를 벗어던지고 그 안에 고귀한 것을 담으라고. 밥을 먹고, 말을 하고, 대답하는 그 짧은 찰나에 당신의 영혼을 담으라고.


혼자서는 다시 조급함의 궤도로 돌아가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써 내려가고 있다.

요즘 자신의 모습이 어딘가 거칠게 느껴진다면, 하루에 딱 한 문장만 함께 써보면 어떨까. 필사로 내면을 다지는 이 공간에서, 각자의 현주소를 점검하며 조용히 품위를 연습해 보길 권한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결국 품격은 속도가 아니라, 당신이 지키고자 하는 방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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