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477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62
"나는 생각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으며, 단식할 수도 있다." — 헤르만 헤세
헤세가 남긴 이 글을 읽으며,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건 단순한 자기 수양의 말이 아니라고.
이건 한 번쯤 크게 데어본 사람의 말이라고.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아무 일도 없이 평온하게 살아온 사람은 굳이 이런 말을 새겨두지 않는다.
"기다릴 수 있다"는 말은, 기다리지 못해 후회한 적이 있는 사람만이 뼛속 깊이 이해하는 문장이다.
그래서 오히려 위로가 됐다.
헤세도 그랬구나.
천재도, 위대한 작가도, 한때는 덥석 물었던 적이 있었던 거라고.
달콤한 유혹에는 공통된 얼굴이 있다.
급하다.
지금 아니면 없다.
당신만을 위한 기회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안의 무언가가 살짝 흔들린다.
이성이 아니라 욕심이 먼저 반응한다.
그게 인간이다.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냥 인간인 거다.
문제는 그 흔들림을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것이다.
좋은 정보, 확실한 수익, 절대 잃지 않는 투자.
그런 게 진짜 존재한다면, 그걸 왜 나한테 주는가.
왜 하필 나인가.
그 질문 하나를 꺼내드는 것만으로도,
반은 이미 지킨 거다.
작정하고 덫을 놓는 사람을 이길 재간은 없다.
그건 내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수십 번, 수백 번 연습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싸워서 이기려 하지 마라.
그냥 멈춰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서두르지 마라.
"저 사람은 왜 내게 이 정보를 주는가?"
"이 사람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지금 급하게 느끼는 이 감정은 어디서 오는가?"
질문이 쌓이면 답이 보인다.
답이 보이면 발이 멈춘다.
발이 멈추면, 살아남는다.
헤세의 세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 이건 능력의 선언이 아니다.
이건 훈련의 고백이다.
생각하는 것도 훈련이고,
기다리는 것도 훈련이고,
비워내는 것도 훈련이다.
한 번에 되지 않는다.
몇 번 흔들려봐야 안다.
몇 번 아파봐야 몸이 기억한다.
그러니 지나간 일로 너무 자책하지 마라.
그건 수업료였다.
비쌌지만, 그게 진짜 내 것이 됐다.
오늘 누군가 달콤한 말을 건네온다면,
딱 이것만 기억해라.
서두르지 마라.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좋은 것은 그렇게 천천히 확인해도 달아나지 않는다.
그리고 진짜 좋은 것은, 처음부터 그렇게 서두르게 만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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