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라떼충이었다

그 시절을 자랑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

by 서강

[필사 509일]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마라 /#18


과거의 이야기로 자랑하는 건 어리석다. 가진 것이 과거의 이야기밖에 없을 때 인간은 처량해지기 시작한다. 지혜로운 삶의 비밀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마음에 있다. – 셰익스피어


카페 옆 테이블에서 “내가 한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대화가 들려온다. 목소리를 높여 침을 튀기며 말을 하고 있지만, 정작 듣는 이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화려했던 과거가 현재의 지루함을 견디는 유일한 땔감이 된 순간, 공기는 금세 눅눅해진다.


사람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한때 잘 나가지 않았던 사람이 없다. 하지만 문득 의문이 든다. 그렇게 잘 나가던 그때, 정작 본인은 그 순간을 온전히 즐겼을까? 돌이켜보니 나 또한 그랬다. 빛나던 시절엔 정작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느라 바빴고,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가 좋았지’라며 후회의 조각을 모으고 있었다.


과거를 끌어와 현재를 증명하려는 시도는 사실 지금이 공허하다는 자백과 같다. ‘라떼’라는 달콤한 덫에 빠져 오늘이라는 신선한 원두의 향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인간이 처량해지는 지점은 수중에 든 것이 ‘지나간 이야기’뿐일 때다.


지혜는 대단한 철학에 있지 않다. 말머리를 ‘라떼는’에서 ‘지금은’으로 바꾸는 용기에 있다. 먼 훗날 다시 찾아올 ‘나의 라떼’를 또다시 후회로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 내 앞에 놓인 대화와 풍경에 내 모든 감각을 던져야 한다.


가장 맛있는 커피는 과거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입술에 닿는 바로 이 한 모금이다. 오늘을 제대로 즐긴 사람만이 내일의 나에게 처량하지 않은 뒷모습을 선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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