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소리가 절로 나는 아침

몸이 기억한 것들의 목록

by 서강

[필사 510일]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마라 /#19


부끄럽지만 인간이라서 울 수밖에 없다. 본성과 습관은 참 버리기 어렵다. -셰익스피어


자려고 누울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만세를 부른다.

두 팔을 번쩍 들고 대한 독립 만세!! 혹은 몸을 새우처럼 웅크린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 편안하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깨가 묵직하고 팔이 저린다. "아이고"가 절로 나오는 그 순간, 셰익스피어의 문장이 떠오른다.


본성과 습관은 참 버리기 어렵다.

부끄럽지만 인간이라서 울 수밖에 없다는 그 고백이, 어쩜 이렇게 나를 닮았을까.

'나'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버릇이었다. 잠자는 자세만이 아니다. 말버릇도 다르지 않다. 나는 말할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듯, 목소리에도 힘을 싣는다. 그냥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인데 상대는 내가 화난 줄 안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경고가 아니라 설명이다. 나쁜 습관은 의지로 지워지지 않는다. 그저 새로운 반복으로, 천천히 덮일 뿐이다.


인간은 아는 것보다 행하는 것에 늘 서툴다. 나는 셰익스피어의 문장에서 체념이 아니라 위로를 읽었다. 연약하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필사는 그 시작의 알아차림이다. 남의 문장을 천천히 따라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의 굳은 것들이 보인다. 투박한 말투, 뒤틀린 자세, 상대를 밀어내던 목소리의 날카로움. 내가 얼마나 무겁게 살아왔는지.


오늘 밤부터 바르게 눕는 연습을 한다. 말하기 전엔 숨을 한 번 내쉬고, 깃털처럼 가볍게 꺼낸다. 습관을 고치는 일은 행동을 바꾸는 게 아니다. 나를 오래 괴롭혀온 관성과 조용히 이별하는 일이다.


힘을 빼야 비로소 삶의 부드러운 속살이 만져진다. 버릇을 고친다는 건, 나를 다시 쓰는 일이다.


남의 이목 때문이 아닌,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 최대한 빠르게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게 나를 위해 좋다. 나는 조금 힘들어도 나를 위해 해낼 것이다.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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