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현관문을 열자 신이만 쪼르르 달려 나와 반긴다. 평소와 다른 점을 느낀 막내는 이상한 예감에 휩싸인다. 똘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늘 동생과 함께 꼬리를 흔들며 달려 나오던 똘이가 오늘은 어디에 있는 걸까.
"똘아, 똘아!"
애타는 목소리로 부르는데도 대답이 없다. 불길한 예감을 안고 집 안을 돌아다니던 막내는 마침내 드레스룸 앞에 선다. 문을 열자 그곳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는 똘이를 발견한다. 평소와 다른 장소, 평소와 다른 모습. 마치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똘이의 모습에 막내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15년. 그 긴 세월 동안 똘이는 우리 가족에게 기적 같은 존재였다. 3살 때 길에서 만난 그날, 우리는 서로의 운명이 되었다. 하지만 5살이 되던 해, 갑작스러운 유방암 진단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수술 후 의사는 6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 똘이와 신이의 식단을 철저히 관리했다. 사료와 간식의 양을 조절하고, 영양제 4가지를 매 끼니마다 섞여서 먹이고 있다. 정성이 기적으로 탄생했다. 6개월이라는 시한이 무색하게 똘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건강해졌다. 15살이 된 똘이의 털은 여전히 윤기가 흐르고, 식욕도 왕성하다. 다만 나이가 들어 잇몸이 약해져 가끔 사료를 물에 불려 먹여야 하는 것이 전부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을 준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드레스룸에서 홀로 있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똘이가 스스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똘이를 의지하는 신이가 홀로 남겨지면 잘 견딜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이별이란 것이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그래서일까. 매일 아침 똘이를 보면 어제보다 더 사랑스럽다. 똘이의 숨소리를 들을 때마다 감사함이 밀려온다. 시한부 선고를 이겨내고 10년이나 더 살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인데, 여전히 우리 곁에서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이별 연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매 순간 똘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생명이란 것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값진지를, 똘이는 가족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쳐 주고 있다. "사랑해 , 똘아, 신아,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