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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kg의 무게를 느껴봅니다.

by 서강


내면의 거울 보기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 아침, 베란다 너머로 병풍처럼 펼쳐진 산과 강, 나무, 구름, 하늘의 풍경이 주는 소중함과 더불어 그리움을 알아차렸다. 3박 4일 일정을 무탈하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일상의 소중함이 새삼 느껴진다. 체중계에 올라선 순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1.2kg이나 체중이 늘어났다. 하루에 300g씩, 여행의 즐거움만큼 몸도 자기 소임을 다했다. 1.2kg의 깨달음을 내 마음에 가득 채워왔다.


"여독이라는 이름으로 게으름이라는 녀석이 유혹한다."


여행의 피로를 핑계로 실컷 늦잠을 잤다. 눈을 뜨고도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은 유혹과 줄다리기를 계속한다. 하지만 그 유혹을 물리치고 일어났을 때, 중천에 뜬 해 주변의 해무리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마치 내 속에 감추어진 욕심과 욕망, 욕정, 욕구불만, 욕으로 시작되는 모든 추잡한 것들이 해의 광선으로 치료받는 듯한 느낌이다.



여행 전, 살이 찔 것을 대비해 살을 빼고 떠났다. 이것이 바로 '비움의 법칙'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으니까, 그리고 비운만큼 확실하게 채워 왔다. 살만 채워 온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보다 10년 앞서간다는 일본에서 어떤 부분들이 앞서가는지, 다른 점은 무엇인지 관찰하며 많은 것을 발견했다. 사물과 세상을 보는 시선이 높아졌다고 막내의 입을 통해 확인하는 순간이다. 메모해 둔 것들을 글로 펼쳐서 따스한 봄볕에 잘 말려야겠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확언을 한다. 거울 속엔 나의 외면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부스스한 얼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눈곱을 제거하기 위해 세수를 한다. 문득 나의 내면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거울은 없을까? 산책을 하면서 사색하는 시간, 그것이 내면의 거울을 보는 시간이다. 산책, 사색, 독서, 글쓰기를 통해 온전한 나를 만나고, 나의 추잡한 모습들을 손질하고 씻어내는 정결한 시간을 가진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더 성숙해진다.



"같은 경험을 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차이가 난다."

하물며 경험하지 못한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마음을 알아야 하는데, 내 마음도 내가 모르는데 상대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그 입장이 되기 전에는 힘들다. 그래서 상황극이 필요한 것 같다. 스스로 상황극을 만들어 입장을 바꿔보면, 그제야 자신의 입장이 되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언어의 한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유혹을 물리치고 승전고를 울리는 일, 그것은 결국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가능하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을 가지고 있다. 그 거울 앞에서 정직하게 마주할 때, 비로소 자신을 알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겨난다.


비가 내린 후 더욱 선명해지는 풍경처럼, 여행의 피로 속에서도 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와 그 깨달음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내면의 거울 앞에 선다. 그리고 묻는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인가?"


KakaoTalk_20250322_114556984_01.jpg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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