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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좋아하는 말과 글

by 서강


나를 속이는 것보다 남을 속이기가 더 어려운 이유

누구나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은 쉽다. 마음 한편에서는 알면서도 모른 척, 그럴듯한 변명으로 스스로를 달래는 일이 우리에게 얼마나 친숙했는지. 하지만 남을 속이는 일은 언뜻 쉬워 보이더라도 결국 언젠가는 들통나고 만다.

일본 여행 마지막 날이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이 이국적인 풍경을 비추며 나를 깨운다. 여행 중에도 꾸준히 이어온 필사는 내 마음을 단단하게 붙들어 주었다. 그 시간과 공간,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엄마, 2년 전에 왔을 때보다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 엄청 업그레이드되었어."

칭찬은 엄마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필사를 통해 여행 중에도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서 이번 여정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는 종종 자기 아집과 고집을 내세우며 상대방이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착각한다. 논리적으로 끊임없이 설명하며 스스로 만족하지만, 듣는 이는 곤욕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 자기 일에 관심이 많은 만큼, 자신에 대한 공감을 해주는 말을 좋아한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 얘기를 하는 것 같고, 내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 같은 글은 술술 읽힌다. 내 마음의 한구석을 비추는 거울 같은 문장들은 낯선 세계에서도 친숙함을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일까,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풍경도 내 마음의 풍경과 겹쳐 보일 때 더욱 깊이 다가왔다. 이국적인 거리를 걸으며 나는 내면의 여행도 함께 했다.

이제야 글을 쓸 때 무엇이 중요한지 답을 찾았다. 비평보다는 공감되는 글,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가는 글을 써야겠다. 복잡한 논리보다는 단순한 진심이, 화려한 수사보다는 따뜻한 공감이 사람들의 마음에 더 오래 머물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그 발견을 통해 타인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더 솔직하게, 더 공감하며, 그리고 더 진실되게 살아가기를. 그것이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첫걸음이 될 테니까,

KakaoTalk_20250321_092831294_01.jpg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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