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 구절이 문득 내 마음에 떠올랐다. 모든 거목의 시작은 결국 작은 씨앗일 뿐이다. 이 단순한 진리가 내 삶의 모든 시련을 바라보는 눈을 변화시켰다.
지나온 날들은 항상 후회로 가득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떠나보내고 나면 그때 좀 더 잘할 걸,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후회만 남는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지금, 현실에 충실하게, 하고 싶은 말 아끼지 말고, 사랑한다 표현하면서 좋은 추억만 가득 남기며 살아가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말은 정말 쉽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전쟁터에서 바등거리다 보면, 이론과 실체는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다. 세상을 살아낸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세상은 좋은 것만 내게 주지 않는다. 때로는 나를 정금같이 단련시키기 위해 여러 단계의 테스트를 거치게 한다. 절대 꽃길이 아니다. 아니, 꽃길일지라도 가시덤불이 존재한다.
어제는 이른 아침부터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고, 아들 결혼식에 입을 한복 맞추고, 우리 공주들 예식장 룩 고르고, 가족들과 외식하고, 밤 11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입원해서 회복 중인 soulmate 병문안을 가기로 했다. 아침 8시까지 도착하기로 약속을 하고선 늦잠을 자고 말았다. 부랴부랴 챙겨서 가느라 아침 필사를 오후 필사로 변경했다.
도로 위로 펼쳐진 햇살이 눈부시다.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soulmate들과 나눈 티타임은 풍성하다 못해 온 우주의 좋은 기운을 이른 아침부터 듬뿍 받는 시간이다. 아쉬움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내 마음은 그 자리에 고이 접어 두었다.
인생을 살면서, 대화의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로또 당첨보다 더 큰 행운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게 아니라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 생애 나는 성공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멋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테스트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 그때야 비로소 삶이 변화되고 성장하며 거목으로 자라게 된다. 거목이 되어야 나뭇가지에 새들이 와서 쉴 수가 있다. 무성한 잎사귀가 그늘을 만들어 주면 사람들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세상이 주는 모든 시련의 테스트를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 답은 하나다. 감사함으로 용납하는 것이다. 거절당할 용기, 미움받을 용기, 왕따 당할 용기 등 모든 일상에 용기가 필요하다. '테스트 중이구나' 하는 알아차림이 필요하다.
시련이 닥치면 절박해진다. 절박해지면 간절해진다. 간절해야 기도를 하게 된다. 이 기도는 그냥 기도가 아니다. 온 맘과 정성을 다한 진심 어린 기도가 하늘에 닿을 때, 끌어당김의 힘이 작용한다. 비로소 세상 모든 좋은 것들로 채워진다.
'위기는 기회, 시련은 변장된 축복'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기도 하고, 입으로 되뇌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야 그 참뜻을 깨닫는다. 깨달음으로 인해 나는 또 성장한다. 내 앞에 펼쳐지는 모든 일상이 감사하다.
작은 씨앗은 죽음을 통해 거목이 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자아의 죽음, 욕심의 죽음, 집착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더 큰 존재로 성장한다. 햇살처럼 눈부신 일상의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죽고 태어나며 거목으로 자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