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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대신 소통으로, 살맛 나는 세상

by 서강


살맛 나는 세상은 대화가 통하는 세상이다.


불통이 되면 소통이 안 된다.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기까지 나에게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소통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는 것. 대화가 통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나와 남편은 연애 시절에는 몰랐던 차이점들이 결혼 후에 드러났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른들이 "결혼은 가정과 가정의 결합"이라고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그제야 어렴풋이 알 거 같았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우리는 살아가는 방식부터 달랐고,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도덕성의 차이는 곧 삶의 방식의 차이를 의미했다.


산과 강이 서로 다르지만 자연의 조화를 이루듯, 사람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맞춰갈 때 아름다운 소통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그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우다 보니 다툼으로 이어졌다. 내가 그동안 알고 지켜온 도덕성에 대해 남편은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KakaoTalk_20250402_080950480.jpg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대화가 잘 맞는 사람과 만나야 하는 10가지 이유 中


김종원 작가님의 대화가 잘 맞는 사람과 만나야 하는 10가지 이유가 하나도 버릴 것 없이 가슴 깊이 새겨진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사는 것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는 대화가 잘 맞는 사람과 만나는 것은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고, 가정을 지키는 성벽이 된다. 이 세상에 예쁜 말보다 아름다운 멜로디는 없다. 결국 예쁜 말을 사용하면 세상은 멜로디 천국으로 미움, 다툼, 시기, 질투가 사라질 것이다.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다툼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다 보니, 남편은 자신의 도덕성에 대해 돌아보고 나에게 맞춰지기 시작했다. 불통이 서서히 소통으로 이어졌다. 밤이 새도록 대화를 해도 더 할 말이 있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는 베스트 프렌드가 됐다.


겨우 베프가 됐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을 떠나보냈다. 대화할 상대가 사라진 것이 가장 힘들었다. 존재의 부재를 너무 잘 알기에, 독서모임에서 귀한 인연을 맺게 된 솔메이트가 생사를 넘나들 때 그녀를 위한 진심 어린 기도가 자연스레 나왔다.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며 나누던 그 소통의 따스함이 그리웠다. 하나님도 양심은 있으셨는지, 이 세상에 더 머물게 해 주셨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이제 내 주변에는 귀인이 득실거린다. 나와 대화의 결이 잘 맞는 멋진 사람들 덕분에 다시 행복을 찾았다. 산과 강, 나무, 바람, 햇빛도 나의 베프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소중한 인연, 그것이 바로 귀인이 아닐까?


진정한 소통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보물이다.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내 삶에 소통의 기쁨을 알게 해 준 모든 인연에 감사한다.

KakaoTalk_20250402_080950733.jpg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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