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막내와 가장 크게 언쟁을 했다.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에 숨겨두지 못하고 결국 터뜨리고 말았다. 그 덕분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언쟁도 결국은 언어다. 사랑도, 미움도, 분노도 모두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 때로는 그 언어가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치유가 되기도 한다.
베란다 밖으로 펼쳐진 정원, 흐트러지게 핀 벚꽃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 봄날의 아름다움처럼 내 마음도 다시 꽃 피울 수 있지 않을까. 연애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막내에게 사과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고 있다.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벼랑 끝에 선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 오히려 무언가를 꽉 붙잡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절망이 있어야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은 역설적이지만 진실이다. 절망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에, 절망 중에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감사 기도를 할 수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 가사가 문득 생각난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숫자 나이가 어려도 정신 나이가 많아서, 모든 일에 열정이 없고 사고가 후퇴한 사람이 있는 반면, 숫자 나이는 고령이라도 정신 나이가 청춘보다 더 젊어서 도전과 열정이 넘쳐나는 사고로 전진 또 전진하는 이들도 많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는 격언처럼, 모든 것은 용기로부터 비롯된다. 뒤늦게 만학도가 되어 문학 공부를 시작한 것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덕분이다. 독서와 글쓰기는 나이 제한이 없다. 펜만 잡을 힘만 있으면 되고, 책을 펼칠 힘만 있으면 가능하다.
글을 써본 사람은 안다. 한 줄의 글이 탄생하기까지 그 노고를, 어떤 책을 대하더라도 작가의 노고를 느낄 수 있다. 비평 이전에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생긴다. 이하영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개즐소충" - 개처럼 즐겁게, 소처럼 충실하게 살다 보면 어느새 최고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의 추하고 더러운 것들을 해의 광선으로 소독하면서, 다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기지개를 켠다. 오늘의 실수와 후회가 내일의 더 나은 나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리라.
벚꽃이 피고 지듯, 우리의 감정도 때로는 활짝 피었다가 바람에 흩날린다. 하지만 그 흩날림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갈등 후의 화해는 더 깊은 이해를 가져온다. 막내와의 언쟁은 어쩌면 우리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소중한 경험일지도 모른다.
나이를 뛰어넘는 열정,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실수 후에 찾아오는 깨달음, 이 모든 것이 인생이라는 책의 한 페이지를 채워나간다. 오늘도 나는 그 페이지를 한 장 더 넘기며, 내일의 더 나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 펜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