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이 세상을 덮고 있다. 미세먼지인지 안개인지 모를 뿌연 것이 시야를 가리지만, 강물은 여전히 평소처럼 흐르고 있다. 산, 나무, 바람, 새—모든 것이 그대로이다. 자연은 인간의 걱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길을 간다.
드디어 오늘 시엄마가 되는 첫날이다. 축사 연습을 하는데 몸이 긴장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아들은 날씨 걱정에 긴장감이 가득하다. 궂은 날씨를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줄도 알아야 하는데, 아들의 초조함과 걱정스러운 눈빛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젠 완전한 독립체로 한 가정의 가장이 되는 만큼, 아들이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바람을 담아 좋은 날씨를 위해 기도한다. 걱정하는 시간에 좋은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아들이 깨달길 바란다. 어제 해와 약속한다. 오늘도 꼭 만나자고. 약속을 지킨 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면, 인간만이 사용할 수 있는 언어는 과연 무엇일까?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이에 대해 명쾌하게 '만물의 척도'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 아침, 필사를 하며 나는 귀한 보석을 발견한다. 지식과 경험은 언어로 표현된다는 것. 지식은 원재료라면, 경험은 깨달음의 조미료로 첨가된 맛깔난 음식이다.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알려고 하는지, 그래서 무엇이 되려고 하는지"
김종원 작가님은 이 문장을 내면에 문신처럼 새기라고 한다. 이 말이 내 안에 울림을 준다. 글을 쓰기 위해 문창과에 입학한 만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이 질문들은 나침반이 되어준다.
나는 과연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걸까? 고민 끝에 찾은 답은 단순하다.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안다는 것은 경험한 것이다. 남다른 경험을 참 많이 하면서 청춘을 보낸 나는,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싶다. 그리고 그 깨달음으로, 나처럼 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하고 싶다. 드디어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명확한 해답을 찾는다. 해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듯, 내 안의 목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 이야기가 언어라는 옷을 입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의 영혼에 다가갈 수 있다. 지식은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고, 경험은 그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다. 그 빛 속에서 나는 내가 되어간다.
당신도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알려고 하는지, 그래서 무엇이 되려고 하는지. 그 답을 찾는 순간, 당신의 삶은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마치 흐린 하늘 위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낼 때, 세상이 갑자기 밝아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