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앞에 노신사 한 분이 창에 붙여둔 매물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마치 중요한 시험을 앞둔 학생처럼 유심히 들여다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들과 점심을 먹고 돌아온 나는 그저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종종 작은 사건들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노신사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공부하듯 매물을 살피더니 관심 있는 아파트 물건에 대해 상담을 했다. 사무실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의 말투에는 어딘지 당연함이 묻어났다.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반말을 섞어 말하는 노신사.
"여기 어때? 괜찮겠나?" "이거 얼마야?"
예전의 나였다면 가슴 한편이 뜨끔했을 것이다.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말투가 딱딱해졌을 테니까. 하지만 오늘의 나는 그저 마땅한 장소로 안내했다. 노신사는 매우 만족스러워했고, 회사 직원을 불러 의논한 후에 회사에 가서 더 의논하겠다며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했다.
"엄마, 저 손님이 엄마 아빠야, 왜 자꾸 반말을 해?"
아들의 순수한 질문에 웃음이 터졌다. 아들의 한마디에 나를 내가 예전과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연세가 있으시니 반말해도 되겠다 싶은가 보지. 다양한 손님들을 워낙 많이 만나다 보니 난 아무렇지도 않아."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놓인 거대한 간극을 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기분이 상해서 화를 표출했을 텐데. 이제는 워낙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서인지 웬만한 것에는 내성이 생겼다. 그러려니, 그래라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뭐.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놀랍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내 모습이,
2시간 후, 노신사 회사의 직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5월에 한 번 더 미팅을 하고 사무실 계약을 하겠다고 한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작은 다짐이 생겼다.
'나는 절대로 나보다 어리다고 반말하는 무례한 행동은 하지 않겠노라고.'
삶은 매일 우리에게 작은 시험지를 건넨다. 어떤 시험은 우리의 인내를, 또 어떤 시험은 우리의 자존감을 시험한다. 오늘 나는 나의 성숙함을 시험받았고, 그 시험에 통과했다. 남이 나에게 어떻게 대하든,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타인을 대할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나이와 권위를 존중의 대체물로 착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존중은 나이나 지위가 아닌, 모든 사람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오늘의 작은 사건은 내게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인생은 이렇게 사소한 일상 속에서 우리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매일,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