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향한 같은 마음, 다른 표현

by 서강


반려견 똘이를 향한 마음, 미세한 표현의 차이


병원 대기실, 똘이의 초음파 결과지를 받아 들었다. 손가락 끝에서 종이까지의 거리가 마치 천 리 만 리처럼 멀게 느껴졌다. 진단명을 읽기 전, 세상의 모든 희망과 두려움이 한 장의 종이 위에 있었다.


담낭 점액종 진단을 받은 우리가 할 일은 먹이는 사료부터 간식, 생활 패턴까지 모든 것에 신경 써야 했다. 매일 아침 똘이의 눈을 바라보며 약을 먹이는 일상이 새롭게 시작됐다.


"오진일 수도 있어. 사람도 아프면 여러 병원 다니면서 진단받잖아."

내 말에 동의한 막내 공주와 함께 이사 오기 전 다니던 동물병원을 찾았다. 초음파와 엑스레이를 다시 찍고 혈액 검사를 통해 간수치도 측정했다.

"다행히 다낭 점액종 전단계인 다낭 슬러지예요."

병원을 나서는 순간, 봄날의 공기가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다. 태산보다 무거웠던 어깨가 한순간에 가벼워졌다. 그런데 옆을 보니 막내의 표정이 어둡다. 막내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첫 번째 병원 선생님은 먹이는 영양제 하나하나 분석해 주시고 호전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셨는데, 여기 선생님은 더 안 나빠지기만 바라라니... 결국 수술밖에 답이 없다는 말에 신뢰가 안 가."

막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똘이를 품에 안은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래도 진단이 다르게 나온 것만 해도 어디야? 두 병원 소견 조합해서 홈케어 잘하면 되니까 좋게 생각해." 영상의학 전문의가 있는 곳으로 한 번 더 가보자는 결론을 짓고 의견을 일치시켰다. 정답은 없다. 누구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단지 생각의 차이일 뿐. 똘이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은 같으니까,


희망을 보는 눈과 현실을 직시하는 눈,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 없다. 삶의 많은 순간이 그러하듯, 끝내 우리가 내린 결론은 같은 방향을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똘이가 아프기 전에는 몰랐다. 걱정이란 것이 사랑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울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무게를 나눠 짊어질 때 비로소 견딜 만해진다는 것을,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한 늙은 반려견과 주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늙고 병든 강아지를 안고 가던 노인의 발걸음에는 느림과 단단함이 공존했다. 그때 그 모습이 먼 미래의 우리 모습일지도 모른다.


병원을 나서는 길, 똘이가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서 읽은 건 오늘도, 내일도, 함께하자는 약속이었다. 진단명이 무엇이든, 앞으로의 길이 어떻든, 지금 이 순간 함께 숨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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