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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11, 좋아하는 일로 삶을 일으키고 싶다면

by 서강


이제 모든 숲이 온전히 성장했으니

그대들도 숲처럼 용기를 내세요.

자신만을 위해 즐겼던 것을

남들도 즐길 수 있도록 해요.

그럼 그 누구도 그대들을

혼자만 좋은 것을 즐긴다며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인생의 모든 과정에서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눈앞에 나타난 과거]중에서


이게 돈이 되냐고 묻지 마세요.
그냥 돈이 되는 걸 하세요.
잘되지 않는 고독의 시간마저도
웃으며 보낼 수 있어야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내 삶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김종원 작가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내면의 두께

어느 날 엑셀 작업에 막혀 아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때 아들이 던진 한 마디,

"엄마, 돈도 안 되는 글 쓰지 말고 차라리 엑셀을 배우세요."

그 순간 나는 깊은 사색의 바다에 빠졌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시간들 속에서 문득 물었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것은 무엇일까?

돈이 될 만한 일인가, 아니면 내 마음을 춤추게 하는 일인가.


매일 아침 산과 강, 나무, 하늘, 구름, 새, 꽃, 바람을 맞이하며 필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시간만큼은 세상의 소음이 사라진다. 검은 잉크가 하얀 종이 위에 자국을 남기는 소리만 들린다. 필사는 돈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시간이좋다. 왜일까?

어쩌면 이건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지혜를 내 손으로 직접 옮겨 적으며 그들의 사유를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 마치 밭에 잡초를 걷어내고 씨앗을 뿌리듯, 내 마음 밭에 있는 돌멩이들을 걷어내고 글의 씨앗을 심는다.


잘 되지 않는 고독의 시간마저도 웃으며 보낼 수 있어야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내 삶을 일으킬 수 있다는 김종원 작가의 글귀가 떠오른다. 필사하는 시간은 고독하다. 그러나 나는 이 고독을 즐긴다. 가끔은 펜을 들고 창밖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그 순간 세상의 시계는 멈추고, 내 내면의시계만 돌아간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에게 허락된 인생을 살면서 과연 몇 명이나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며 살아갈까? 출근길 지하철에서 만나는 많은 얼굴들,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출근을 할까?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일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아들의 말이 맞다. 이 시대는 실용을 외친다. 돈이 되는 일을 하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나는 왜 글을 쓰는지 생각해 본다. 돈을 벌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내 마음을 글밭에 뿌리는 게 좋아서인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느니라" 신명기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아무리 많이 가진 사람도, 가지지 못한 사람도 때로는 마음이 헛헛할 때가 있다. 마음은 돈이나 권력, 음식, 명예로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내면이 단단해진다는 것은 마음 층이 두꺼워진다는 것이다. 얇은 종이처럼 쉽게 찢어지는 마음이 아니라, 두꺼운 책처럼 여러 겹의 생각과 경험으로 채워진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게된다.


글 쓰는 시간은 나만의 시간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닌,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 좋다. 이것이 돈이 되냐고 묻지 마라. 해가 세상을 밝게 비추는 일에 대가를 바라지 않듯이, 나도 그저 내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할 뿐이다.


육의 집을 빌려 영이 거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영과 육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매일 밥을 먹듯이, 영의 양식도 채워야 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 돈이 되지 않는 필사를 하며 내 영혼의 배고픔을 달래고 있다. 하나의 벽돌을 쌓듯 매일 한 편의 글을 필사하고, 그것을 지인들과 나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그들도 나처럼 내면이 단단해지며,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있다.


엑셀을 배우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실용 하나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인생의 가치는 돈으로만 측정할 수 없으니까. 내 마음이 원하는 곳으로 가는 길, 그곳에 나의 행복이 있다. 오늘도 나는 필사를 한다. 그리고 내일도 할 것이다. 이것이 내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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