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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10, 주위 사람의 좋은 점을 찾아 다정한 말로 전해주는 일

by 서강

주위 사람의 좋은 점을 찾아 다정한 말로 전해주는 일

말의 향기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중식 뷔페에 갔다. 뷔페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중식 뷔페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1인당 25,000원 가격대비 음식은 소소했다. 하지만 중식을 좋아해서일까? 내 생애 가장 많이 맛있게 먹었다. 배가 고팠던 이유도 한 몫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막내가 한마디 한다.

"가성비는 별로지?"

"응 그런데 맛있게 먹었으니 엄마는 만족해"

"엄마가 맛있게 먹었음 됐어."

"오늘은 중식 요리사를 초빙해서 저녁 식사를 했다고 생각하면 행복한데!"

"초보 중식 요리사였네 엄마. ㅎㅎ"


짧은 대화를 통해 가성비 별로였던 음식이 중식 초보 요리사 음식으로 둔갑했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 성경 잠언 구절이다. 말로써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말로 받은 상처는 평생 간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과 나오는 것,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산해진미도 결국 냄새나는 똥으로 배출된다. 토를 하게 되면 역한 냄새를 피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다르다. 내가 선택한 언어에 따라 다른 향기가 난다.


며칠 전, 지하철을 타고 임장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이용한 지하철 안에서 기이한 풍경을 직관하게 됐다. 몸이 불편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노년 남성. "여기 앉으세요." 본인도 노인인데 더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이 참 훈훈했다.



남의 눈에 티를 보지 말고 내 눈에 들보를 보라는 성경말씀처럼 상대의 흠이 하나라면 내 흠은 열개가 넘는다. 마치 나는 흠이 없는 사람이라는 착각 속에 두 명 이상만 모이면 남 욕을 하게 된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남 욕하는 것, 싸움 구경, 불구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남의 단점보다 장점을 보면서 칭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비 갠 뒤 맑은 하늘과 상쾌한 공기처럼, 남의 장점을 바라보고 칭찬하는 순간 내 마음도 탄산수처럼 청량함이 밀려든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육신을 지탱하지만, 우리가 내뱉는 말은 영혼을 지탱한다. 오늘도 좋은 말로 세상을 향기롭게 채우리라. 그 향기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내가 알지 못하는 곳까지 퍼져나가기를.



KakaoTalk_20250506_104150241.jpg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타인에게서 좋은 점을 찾아내

다정한 말로 들려주는 건

오히려 자신에게 좋은 일입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지성을

자신의 내면에 차곡차곡 담는 것이니까요.


<김종원 작가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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