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18 대화란 그 사람이 보여주는 영화 속에 잠시 빠져드는 것

by 서강


모두의 말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말은 쉽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해서 문제입니다.

말은 부채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부채의 뼈대와 뼈대 사이로
두 개의 고운 눈이 바깥을 봅니다.

부채는 그저 예쁜 베일에 불과합니다.
부채는 서로가 보이지 않게
얼굴은 가릴 수 있지만
그 소녀를 숨길 수는 없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이 나의 눈에
수많은 말을 들려주고 있으니까요.

괴테 [눈으로 들려주는 말]


말이란 참 이상한 것이구나.

모두 그 속에 일리가 있다고 하지만,

그게 쉽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슬픔이다.

말이 부족할 때

우리는 눈빛으로 대화한다.

눈빛은 또 다른 대화 수단이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만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동시에 좋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좋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느끼게 되는 감정이죠. 그들에게는 이런 공통점이 있습니다.

1. 상대의 말을 감상하듯 듣는다.
2. 표정과 눈빛까지 마음에 담는다.
3. 차분하게 바라보며 순간을 즐긴다.

표정과 눈빛까지 담겠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에게는
늘 좋은 영감과 아이디어가 가득합니다.
모두 대화를 통해서 얻게 된 것들이죠.
상대방이 보여주는 영화를 즐겨보세요.
더욱 다채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김종원 작가


만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람이 있다. 괜히 마음이 맑아지고, 말없이 웃게 되는 사람이다. 그 사람과 나누는 말에는 깊은 산속 계곡물 같은 맑음이 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목마름이 가시고, 마음에 생기가 돈다.

그들의 공통점은 말을 들을 줄 안다. 귀로만 듣지 않는다. 마치 술을 오래 두고 빚듯, 말을 음미한다. 말의 결을 따라가고, 말의 빈틈을 바라본다. 표정과 눈빛을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는다.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그 안에 머문다.

말은 소리다. 그러나 표정과 눈빛은 소리를 넘는다. 영혼의 출렁임의 호수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 곁에는 언제나 영감이 머문다. 말이 오가며 생각이 자라고, 침묵 속에서도 씨앗이 뿌려진다. 말은 그저 공기 속에 흩어지는 것이 아니다.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거두는 일이다.

사람은 저마다 영화 한 편을 찍으며 산다. 그 사람이 보여주는 장면을 즐겨보라. 그래야 더 깊고 다채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말은 흐르는 강물이고, 대화는 강이 바다로 가는 여정이다. 그 여정 위에서 우리는 서로의 풍경을 본다. 그리고 문득, 내 안의 잊힌 풍경 하나가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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