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20, 당신을 오해한 것이 아니라 오해하고 싶었던 사람

by 서강


비열하고 무례한 자를 두고
고통에 빠질 필요는 없습니.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그 비열한 자가
가장 힘이 센 사람이지요.

그들은 나쁜 행동을 하면서도
오히려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고
선한 사람들도 자신의 의지로 현혹시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그대여, 그런 역경에
왜 굳이 자신을 두려고 하나요.
비바람이 부는 대로
온갖 먼지가 흩날리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세요.

[방랑자의 편안한 마음]


그대에게


작은 돌멩이가 나의 호수를 흔들던 날,

그의 말은 가시였고 웃음은 서리였습니다.

큰 소리로 외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진심은 참 작았습니다.

시장의 확성기 소리에 묻혀버렸습니다


나무는 도끼에 베어져도 울음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그저 나이테에 아픔을 새길뿐입니다

비바람이 불어도 산은 산입니다.

당신도 그렇게 당신이면 됩니다.

흔들리지 않는 강물처럼 흘러가면 됩니다.


봄은 언제나 겨울 뒤에 옵니다.

상처 위에 꽃이 피어납니다.

당신은 그 꽃을 보게 될 것입니다.


KakaoTalk_20250516_081624516.jpg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누군가를 오해하고 앞에서 눈에 불을 켜고
이런저런 소문에 탐닉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 마음에는 애정이라는 게 없습니다.
떠도는 말을 이유로
당신을 오해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에게 애정을 주지 마세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김종원 작가


사람은 말에 휩쓸려 진실을 꺾는다.
그들은 누군가의 삶에 등을 돌린다.
그 눈빛은 날이 서 있고,

그 말은 다른 이의 혀에서 묻어 나온다.
애정이 없는 자의 마음은 비어 있다.
그 빈자리에 소문이 자란다.


그대여, 그런 자들에게 마음을 주지 마라.
당신을 알지 못하면서 당신을 말하는 자,
당신을 보지 않으면서 판단하는 자,

그들은 당신을 품으려 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 자에게 사랑을 주지 마라.
그건 모욕이다.
말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오해는 뿌리처럼 남는다.
그대는 바람이 아니라,

나무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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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미학: 냉혹한 시대를 건너는 법


괴테의 시는 살아갈 날들을 위한 다섯 개의 지도를 펼쳐 보인다. 태도, 관계, 지성, 기품, 사색. 이 다섯 장을 꼭꼭 씹어 먹으면 시의 참맛이 우리 삶에 스며든다.

"오해한 것이 아니라 오해하고 싶었던 사람"

이 문장이 내 가슴을 찔렀다. 괴테의 '관계'를 필사하던 순간, 신기하게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말이 내게 찾아왔다.


한때 나는 모든 사람을 내 곁에 두기 위해 온갖 고통을 감수했다. 선의를 베풀고 또 베풀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가시 돋친 마녀사냥이었다. 억울함에 밤잠을 설치며 입이 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고소장을 쓰려던 손이 수전증 걸린 사람처럼 떨렸다. 하지만 펜을 놓았다. 내가 떳떳했으니까. 해명할 필요가 없었다.


반짝이는 과일처럼 보였던 관계들 중에서 썩은 부분을 발견하는 일은 아프다. 하지만 덕분에 무례하고 비열한 사람들이 내 곁에서 자연스레 떨어져 나갔다. 마치 익지 않은 감이 저절로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산과 강은 안개가 덮인 흐린 날씨에도 아름답다. 감추지 않은 진실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니까. 나는 이제 과일과 야채를 고르듯 관계도 선별하며 살아가려 한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갈 것이다. 스치는 인연이 스며드는 인연으로 내 삶의 일부가 된다. 괴테가 말한 '무례하고 냉혹한 시대'를 건너는 법은 결국 이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이를 품으려 애쓰기보다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을 닮은 사람들만 곁에 두는 것.


고난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 내 삶의 지도에서 무엇이 소중한지를. 천 개의 눈과 심장으로 세상을 탐구하는 일, 그것이 사색이다. 그 사색의 끝에서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누구에게나 맞는 관계는 없다는 것을. 다만 서로에게 맞는 관계가 있을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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