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경탄할 만한 잠재력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35

by 서강


사랑의 온도


걸음걸이마저 미워졌던 그날

남편의 걸음걸이가 그렇게 보기 싫을 줄 몰랐다. 아침마다 화장실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부엌에서 물 한 잔 마시려 다가오는 발소리를 견디기 힘들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19살에 만나 24살에 결혼했으니 5년을 연애했다. 그때는 함께 있으면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밤새 이야기해도 지루하지 않았고, 하루 종일 붙어 있어도 피곤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렸고, 손만 잡아도 온몸에 전기가 흘렀다.


아이를 출산하면서 달라졌다. 새벽 수유에 지쳐 눈을 뜨면, 코를 골며 잠든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아이 울음소리에도 꿈쩍 않는 그를 보면 화가 치밀었다. 사랑했던 그 사람이 어느새 짐처럼 느껴졌다. 결혼은 현실이었다.


괴테가 릴리에게 보낸 편지

괴테의 시를 읽다가 문득 멈췄다. 릴리를 향한 그의 마음이 종이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나이도, 신분도, 현실도 모두 잊은 채 오직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쓴 글이었다.

사랑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고 했던가. 괴테에게는 릴리의 모든 것이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녀의 걸음걸이도, 웃음소리도, 심지어 화낼 때조차 사랑스러웠을 것이다.


강이 주는 여유

창밖으로 낙동강이 보인다. 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서두르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간다. 산은 그 자리에 서서 강을 바라본다. 하늘은 둘을 품어 안는다. 자연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존재할 뿐이다.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엄마의 기일

다음 주 대선일이 엄마 기일이다. 기일 전 미리 산소 갈 채비를 하며 생각한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는 당연한 줄 알았다. 매일 보던 그 얼굴, 매일 듣던 그 목소리를. 돌아가시고 나서야 알았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모든 일상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산소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그리운 마음이 있어야 왕복 4시간의 길이 멀지 않다.


도파민의 비밀

사랑을 하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행복 호르몬이라 부르는 그 물질이 우리를 들뜨게 만든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먼저 내 마음이 따뜻해져야 한다. 그 따뜻함이 상대에게 전해진다.

인간에게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그 잠재력은 사랑할 때 발휘된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아껴야 남도 나를 사랑하고 아낀다.

KakaoTalk_20250531_090852736.jpg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https://youtube.com/shorts/A9inSjEhHDc?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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