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남친 안 만들 거야?"

by 서강


젊은 나이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혼자서 키워야 하는 현실 앞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사람 빈자리는 사람으로 채운다는 말이 있지만, 같은 사람이 아니라서 채워지지 않았다. 잠시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만나 봤지만 역시나 쉽지가 않았다. 재혼이라는 것은 결코 쉽게 덤빌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어릴 적엔 사랑이란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미안했다.


엄마는 여자이기 이전에 엄마여야만 할 것 같았고, 내가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는 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것만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 스스로 우뚝 설 수 있는 실력을 키우자. 남자를 의지하지 말자는 마음이 굳어졌다.


마음속 어딘가에 나를 조용히 접어두고 오롯이 아이들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그 아이들이 어느덧 자라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고, 누군가를 만나 상처받기도 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가끔 딸아이들이 묻는다. "엄마는… 이제 남자친구 안 사귈 거야?" 나는 잠시 웃는다. 그 질문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이제 아이들도 안다. 엄마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날이 있다는 걸, 사랑이라는 감정은 나이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걸.


“글 쓰고, 책 읽고, 가끔은 여행도 다니면서 지금처럼 자유로운 생활이 좋아. 그래서 지금은 생각이 없어.”

사랑이 오면 피하지는 않겠지만, 굳이 억지 인연을 만들고 싶지도 않다.

막내 공주가 "엄마, 혼자 지내시는 분들이 젊게 사신다는 통계가 있대, 스트레스 안 받고 자유롭게 살아서 그렇다는데."라고 말한다.


이제는 안다. 서두르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오는 인연이 있다는 걸. 그러니 나는 오늘도 나의 시간 위에 나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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