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프다는 건 곧 기쁨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신호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59

by 서강


존재 자체로 감사한 하루


왜 모든 것이 양면성을 띨까?

세상은 참 신기하다. 슬픔 뒤에는 기쁨이, 가난 뒤에는 부가 숨어 있다. 건강한 사람이 있으니 아픈 사람이 돋보이고, 키 큰 사람이 있으니 작은 사람도 각자의 자리를 찾는다. 잘생긴 사람과 평범한 사람, 고통과 쾌락까지.

내가 손에 쥔 것 하나 뒤에는 반드시 또 다른 하나가 기다린다. 마치 동전의 앞뒤처럼 말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키가 크다면? 모든 사람이 잘생겼다면? 그럼 '키가 크다'는 말도, '잘생겼다'는 기준도 사라져 버린다.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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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들려준 답

하늘을 올려다본다. 폭풍전야처럼 고요하다.

하늘은 그냥 하늘이다. 강은 그냥 강이고, 산은 그냥 산이다. 누구와 견주려 하지도 않고, 자신을 포장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 모습 그대로 존재할 뿐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성철 스님의 말씀의 의미를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하나씩 퍼즐 맞추듯이 완성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존재 자체로 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세월이 존재함을 나타내는 것 같다. 물의 흐름과 산의 색 변화를 통해 사람은 계절을 느끼니까,


책상 위 노트를 펼쳤다. 펜을 쥐고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썼다. 글자가 종이에 스며들 때마다 마음도 차분해졌다. 소리 내어 읽고, 다시 쓰고, 또 읽었다.

키보드를 두드려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컴퓨터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의자와 책상이 있으니 편안하게 앉아서 쓸 수 있다. 손과 눈이 있으니 생각을 글로 옮길 수 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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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향이 알려준 것

모닝커피를 내렸다.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문득 깨달았다. 이 모든 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는 걸. 그냥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나는 나라는 존재 자체로 감사하다. 누구와 비교할 필요도 없다. 남에게 있는 것이 내게 없다고 해서 불행한 게 아니다. 내게 있는 것도 남에게는 없으니까.

퇴근길, 석양을 마주했다. 아침에는 떠오르는 해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고, 저녁에는 지는 해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다.

해가 나를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해가 나와 함께 있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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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이에게

사랑해, 서강아. 이번 생에서 너를 만난 건 축복이야. 양손으로 나를 꼭 안으며 나의 온기를 느껴본다.

뜨는 해에게서 하루의 기운을 받고, 지는 해에게 오늘 하루 무사히 지냈다고 인사를 건넨다.

나는 나니까, 나답게 살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KakaoTalk_20250624_075324800.jpg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https://youtube.com/shorts/wukST-7lCBw?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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