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필사#9
고속도로 정체 구간에서 차가 멈춘다. 앞차의 빨간 불빛만 줄지어 서 있다. 왜 막혔는지도 모른 채 그저 기다린다. 정체가 풀리고 나면 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뻥 뚫려 있다. 아무것도 없는 그 길 위에서 나는 고개를 갸웃한다. 대체 왜 막혔던 걸까.
삶도 그런 날이 있다. 잘 달리던 일상이 갑자기 제자리걸음을 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럴 때면 나는 조급해한다. 왜 멈춰 있어야 하는 거지. 언제쯤 다시 달릴 수 있을까.
하지만 생각해 보니 정체기는 정말 '멈춤'일까. 어쩌면 삶이 내게 잠시 쉬어가라고 건네는 배려인지도 모른다. 숨 고르고, 주변을 둘러보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몇 해 전 제주에서 친구들과 별을 보러 나섰다. 도심을 벗어나 어둠이 짙은 곳으로 갔다. 불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어둠 위로 수많은 별이 쏟아져 내렸다.
"와, 저런 게 진짜 은하수구나." 친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에서는 결코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별은 어둠이 깊어야만 제 빛을 온전히 드러내는 법이니까.
그때 깨달았다. 내 삶의 정체기도 마찬가지구나. 멈춘 것 같은 시간 속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바쁘게 달릴 때는 미처 몰랐던 작은 행복들,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 내 안에 숨어 있던 진짜 꿈들.
햇살이 창문으로 스며든다. 나는 컵에 따뜻한 차를 우려내고 그 빛 속에 앉는다. 아무 말 없이 그저 그 온기를 받아들인다. 문득 생각한다. 태양도 빛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뎠을까. 그 밝음 뒤에는 어떤 어둠의 시간들이 숨어 있을까.
정체기는 삶이 내게 건네는 편지 같다. '잠깐, 여기 멈춰서 별 좀 봐. 네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 봐.' 그러니까 괜찮다. 지금 당신의 삶이 멈춰 선 것 같아도. 그건 곧 새로운 별이 떠오를 밤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니까. 정체된 시간 속에서 당신은 자신만의 빛을 다시 발견하게 될 테니까. 지금 이 순간도 그런 선물 같은 시간일지 모른다.
지금 삶의 정체기 앞에 서 있나요? 이 여백 위에 별 하나 고요히 걸어둡니다. — 서강(書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