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떠날 수 있는 무주택자라 행복하다.
부산큰솔나비독서모임에서 읽고 나눔을 한 《늙지 않는 뇌의 비밀》. 이 책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 삶의 철학을 일깨웠다. 특히 전두엽에 대한 깨달음은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사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나도 결혼 후 몇 번의 이사를 하였는지 헤아려 봤다. 무려 17번이나 했다. 2년에 한 번 꼴이다.
친정 엄마집, 50살이 됐다. 마당에 감나무와 앵두나무가 있는,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변함없는 풍경, 편안함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체(停滯)의 공간이다. 엄마의 기억이 조각조각 흩어지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변화하지 않음의 무서움을. 50년, 한 자리에 머무른 엄마의 뇌는 점점 좁아지는 감옥이 되어갔다. 고정된 삶, 한 자리에 박힌 일상. 그 이면의 조용히 무너져가는 뇌. 움직이지 않으면 뇌도, 인생도 멈추어버린다.
결혼 전에는 이사라는 걸 모르다가, 결혼 후에는 왜 그렇게 이사를 많이 해야만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내 집이 없어서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 이동해야만 한다. 집 살 돈도 없었지만 굳이 주택을 소유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불편함이 없어서 중요성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뒤늦게 겨우 무주택자를 면한 지금도 이사는 계속 현재진행형이다. 역마살이 제대로 낀 것 같다.
매번 이사는 전두엽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익숙함을 거부하고 낯섦을 선택하는 순간, 뇌는 가장 생생하게 반응한다. 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움, 바로 뇌를 늙지 않게 하는 비밀이다.
전두엽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삭인다. "멈추지 마, 도전해, 새로운 것을 경험해!"
- 새로운 환경은 뇌의 가소성을 깨운다
- 도전은 신경 회로를 강화한다
- 변화는 뇌의 예방 백신이다
책을 읽기 전, 이사를 자주 하는 것이 역마살이 끼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김훈 작가>> "허송세월"에 보면
일산 호수공원 산책을 하면서 까치와 철새를 만난 이야기가 나온다. 까치는 무주택자는 아니지만 다주택자도 아니라고 표현한다. 철새는 무주택자지만 온 천지가 집이라서 집 걱정이 없단다. 어떻게 까치의 집 짓는 모습, 철새의 집을 짓지 않고 마른풀 속에 자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내용에서 멈춤이 왔다. 몸이 하나니 몸을 누일 집도 한 채면 족하다. 나머지는 욕망이고 욕심이다. 무주택자로 오랜 세월 지내온 것은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불편하고 안쓰럽게 보일 수 있지만 절대 불편한 것이 아닌 자유로움이었구나를 깨닫는 절묘한 순간이다. 온 천지가 집이라서 집 걱정이 없다. 내가 가고 싶은 곳 어디라도 언제든지 떠날 수 있어 참 좋다.
아이들 학교 다닐 때는 학교 근처를 맴돌면서 이사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자유롭다. 새로운 환경, 사람을 적응하기 어렵지 않냐고들 한다. 정(情)은 때로 족쇄가 된다. 깊이 얽히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새로운 세상을 보지 못하게 한다. 나는 그 족쇄를 과감히 끊어냈다. 동네 사람들과 깊이 연결되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자유의 비결이다. 정(情)에 얽매이지 않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관계의 깊이를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능력, 그게 바로 진정한 자유다.
익숙함에 안주하면 뇌는 녹슬고, 영혼은 시들어간다. 나는 매 순간을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는다. 17번의 이사. 각각의 이사는 두려움이 아니라 성장의 징검다리였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 존재를 확장시킨다. 뿌리내리기보다 날아오르기를 선택한다. 익숙한 현재에 안주하는 것은 너무 편하다. 하지만 발전이 없다. 새로운 것을 찾고 발견해야 삶이 발전이 있다. 지구가 발전해 온 것도 대륙을 발견하고 비행기를 발명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브런치 스토리라는 거대한 바다에 던져진 나. 낯선 독자들과 만나는 설렘, 기존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용기.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다.
어제를 복붙 한 오늘이 아닌
오롯이 오늘의 오늘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