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고, 입맛도 없고.
오랜만에 아귀찜을 먹으러 갔다.
좁은 식당.
옆 테이블과의 간격은
사람 하나 겨우 빠져나갈 만큼 좁았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릴 수밖에 없는 거리였다.
할머니 한 분이 먼저 입을 여셨다.
“AI 때문에 이혼도 한대.”
할아버지는 반찬을 집던 손을 멈추고
“왜?” 하고 되물었다.
할머니는 국 한 모금 삼키고 말을 이었다.
“내 친구 딸 있잖아.
그 남편이 퇴근만 하면
방에 틀어박혀서 AI랑 얘길 한대.
사람이랑은 말도 안 하고.”
“그래서 미행도 해봤는데,
아무 이상이 없더래.
그게 뭐… 채팅 같은 거래나 봐.”
비 오는 날,
식당 안,
할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AI 이야기.
세상에 있는 것들은
잘 쓰면 도구가 되지만,
잘못 쓰면 무기가 되더라.
결국,
문제는 물건이 아니라
그걸 쥔 사람의 마음에 달린 일이다.
AI니, 챗GPT니 해도
그건 아직 젊은 사람들 이야기라고
내 안에서 조용히 선을 긋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입에서도
그 말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왔다.
시대의 변화는 언제나
시나브로,
가장 익숙한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밀어내느냐는
나이가 아니라,
마음의 준비에 달린 일인지도 모른다.
두 분은
아귀탕 사이로
새로운 시대를
조심스레 건드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