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내게 준 색을 사랑하기까지

by 서강


나는 유전적으로 조금 더 어두운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다. 황인종보다는 검고, 흑인종보다는 연한 경계선 어디쯤에 놓인 색. 어릴 적엔 그 색이 나를 울게 했다. 같은 햇볕 아래 있어도 나만 더 쉽게 타버렸고, 여름이 되면 친구들이 좋아하는 물놀이는 나에게 두려운 통과의례처럼 느껴졌다.


모래사장 위를 맨발로 뛰지 못했고, 수영복 위로는 언제나 긴 팔을 걸쳐야 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햇볕보다 더 따갑게 느껴졌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저, 보통의 색으로 태어났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추고, 가리고, 피하고… 그렇게 내 몸을 미워하며 지냈다. 어느 여름 오후, 거울 속 내 피부를 바라보다가 이건 흠이 아니라 하늘이 내게만 허락한 색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막의 노을을 닮은 빛,

진한 커피와 닮은 따스함,

어느 화가가 단 한 번도 혼색하지 못할 자연의 농도. 그게 바로 내 몸이다.


그날 이후로 피하지 않기로 했다. 선크림은 내 몸을 아끼는 보호막이지 숨기기 위한 방패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태양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내 피부는 그 사랑에 솔직하게 반응할 뿐이다. 그 감각을, 그 민감함을 나는 이제 자랑으로 삼는다.


여름을 피해 도망치던 아이에서, 이제는 여름을 품고 노래하는 어른이 되었다. 내 몸은 ‘감춰야 할 콤플렉스’가 아니라 ‘이야기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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