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친구는 지리산으로 휴가를 떠난다. 시댁에서 물려받은 시골집으로
“또 지리산 가야지. 이번엔 한 4일쯤.”
“또 거기야?”
“응, 거기는 공짜고 익숙하잖아.”
그 말에서 나는 무언가를 놓친 듯한 허공의 기척을 느꼈다. ‘익숙하다는 건, 꼭 편한 걸까?’ ‘비용이 절감된다는 건, 정말 이득일까?’ 그 여름이 그 여름 같고, 그 해가 그 해 같은 삶은 진짜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체념’이었을까.
풍경이 아름다워도, 그 안에서 우리가 멈춰 있으면 그것은 단지 정지된 앨범의 한 장면이 될 뿐이다. 그 여름이 반복되는 이유가 '저렴해서'라는 말로 끝날 때, 나는 슬쩍 마음이 아팠다.
그건 풍경을 향한 예의도 아니고, 자신을 향한 물음도 아니었다.
사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익숙한 음식점, 비슷한 말투, 늘 가는 카페. 편하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던 것들. 그러다 니체의 문장 앞에서 정지됐다.
“인간이 두려워하는 것은 가난이나 권태가 아니다. 영문도 모른 채 맹목적으로 반복되는 일이다.”
순간, 내 삶의 ‘지리산’을 떠올렸다.
나는 무얼 맹목적으로 반복하고 있었나.
그게 나를 얼마나 멀어지게 했는지.
당신에게도
매해 같은 이유로 찾아가는 지리산이 있진 않나요?
장소든 관계든, 마음속 풍경이든
익숙함 속에 스며든 체념이든.
‘왜?’라는 단순한 질문이
그 반복에 의미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익숙함은 때로 가장 은밀한 무의식의 감옥이 된다." -by 서강(書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