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누군가의 시간을 쓴다는 건,
그 하루의 온기를 잠시 빌리는 일이다.
빌린다는 말도 어쩐지 과분하다.
대개는 그냥 쓴다.
그것도 제법 익숙하게.
마당에 널어둔 빨래에
주인 허락도 없이 손을 대는 것처럼.
아무 미안함도 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잠깐만요, 이것 하나만 여쭤볼게요.”
그 ‘잠깐’은 잠깐이 아니다.
식어버린 커피와
흐트러진 집중력,
소진된 내 하루를 생각하면
그 시간은 그냥 사라지고 말았다.
시간은 곧 금이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금.
그런데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질문을 던지고,
가볍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렇게 말한다.
“바쁘시죠?”
그 말속에 정말 미안함이 담겨 있을까.
아니면 그저
예의처럼 붙여야 할 말일뿐일까.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며
“괜찮아.”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잖아.”
혼잣말을 되뇐다.
그렇게 정리된 하루는
달력에서 날짜 하나를
세로로 찢어낸 것처럼.
덜렁거리고, 허전하다.
시간이란 게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은근히 가늠하게 해주는 것.
그걸 가볍게 건너뛰는 사람은
선도, 마음도
잘 모르는 사람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