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사이로 스며든 하루
햇볕이 잘 드는 마당,
그곳엔 언제나 빨랫줄이 있었다.
엄마는 두 팔 걷어붙이고
이불이며 속옷이며
깨끗하게 삶아낸 빨래를
탁탁 털어
한 장 한 장 널었다.
나는 그 옆에서
바람 사이로 흔들리는 빨래를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시간이
얼마나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지.
문득 그런 세대를 살아온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요즘은 건조기가 다 해준다지만,
햇볕에 말린 이불만큼
살결에 닿는 포근함은 없다.
까슬까슬하게 마르던 그 감촉,
햇볕을 머금은 이불의 냄새.
그건 단순한 ‘빨래의 완성’이 아니라
햇살이 우리 삶에 건네던 위로였다.
이불이 그렇게 호사를 누리던 날,
우리 마음도 함께
햇볕에 말렸던 것 같다.
쨍한 오후,
기지개 켜듯 활짝 펴져 있던 우리 삶이
기억 속 어딘가에 남아 있다.
지금도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햇볕에 까슬하게 말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의 눅눅함도,
말 못 한 감정도,
햇살 아래서 바삭하게
날아가 버릴 수 있다면.
세탁기보다 손빨래가,
건조기보다 마당이,
때론 더 큰 위로였던 시절.
그 시간을 살아내 온 나와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본다.
“참 잘 살았다고, 그 햇살이 말해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