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포 가내수공업으로 생계를 잇다
엄마는 예전에 쥐포 일을 하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 익힌 손맛과 노하우를 다시 꺼내 들기로 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경매장에서 받아온 생쥐포는 비린내가 풀풀 났다. 커다란 고무대야에 가득 담아놓으면, 비늘이 반짝이며 햇빛을 받았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이면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아주머니들은 날카로운 칼로 생쥐포의 포를 뜨고, 그 옆에서 엄마는 큰 대야에 조미 양념을 풀었다. 설탕, 미원, 소금을 물에 개어 만든 양념물은 단짠단짠의 진수를 보였다. 엄마는 팔이 아플 정도로 그 양념 속에 쥐포를 주물렀다. 손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짠내와 단내가 하루 벌이의 냄새였다.
조미가 끝난 쥐포는 모기장처럼 생긴 발 위에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아주머니들이 한 장, 한 장 손끝으로 펴 올린 쥐포가 마당 가득 펼쳐졌다. 바람이 불면 은빛 살결이 살짝 들썩이며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 위로 설탕이 반짝였고, 바다내음과 양념 냄새가 골목 끝까지 번져나갔다.
하루 일을 마치면 엄마는 일한 만큼 아주머니들에게 일당을 건넸다. “수고 많으셨어요.”라는 인사와 함께 전해진 봉투에는 단순한 품삯 이상의 온기가 담겨 있었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그 마당은 늘 바쁘고, 손끝은 부지런했다. 포 뜨는 칼소리, 조미하는 물소리, 발 위에서 바람을 타는 쥐포 소리까지… 그 모든 것이 우리 집의 생계와 맞닿아 있었다.
엄마는 그렇게 쥐포 가내수공업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갔다. 남루한 살림살이였지만, 손끝에서 만들어진 쥐포 위에는 바다의 맛보다 더 진한, 엄마의 삶의 맛이 배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