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박복한 년, 내 엄마

바람 잘 날 없던 쥐포 장사

by 서강


쥐포 가내수공업은 곧 동네에서도 소문이 났다. 엄마의 손맛과 정성 덕분에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경매장에서 받아온 생쥐포는 들어오는 족족 팔려나갔고, 마당에는 늘 바람과 햇볕이 쥐포를 말리고 있었다.


아침이면 엄마는 경매 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움직였다. 무거운 생쥐포 상자를 리어카에 싣고 돌아올 때면, 온몸에서 바다내음이 났다. 아주머니들이 모이면 포 뜨는 칼질 소리가 경쾌하게 울리고, 조미한 쥐포의 달큼하고 짭조름한 향이 골목을 타고 퍼져나갔다.


그 시절, 우리 집은 비록 넉넉하진 않아도 웃음이 있었다. 쥐포를 팔아 번 돈으로 쌀독이 채워지고, 연탄도 살 수 있었다. 나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발 위에 올려진 쥐포를 뒤집거나, 마른 쥐포를 한 장씩 세어 포장하는 일을 거들었다. 바람에 잘 마른 쥐포는 종이처럼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하지만 좋은 날만 계속되진 않았다.
유난히 비가 잦던 어느 해, 장마가 길게 이어졌다. 쥐포는 말릴 수 없었고, 창고에 쌓아둔 생쥐포에서는 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갔다. 몇 날 며칠을 버티다 꺼낸 쥐포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손으로 훑으면 하얀 가루가 날렸다.


그날, 엄마는 말없이 상한 쥐포를 모아 한쪽에 쌓아두었다. 손끝이 떨렸지만, 버려야 했다. 팔 수 없는 건 절대 팔지 않는다는 것이 엄마의 원칙이었다. 그만큼 손해는 컸지만, 신뢰를 잃는 건 더 큰 손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장마가 끝난 뒤, 엄마는 다시 경매장으로 향했다. 리어카애 상자 가득 쥐포를 싣고 돌아오는 엄마의 뒷모습은, 마치 바람과 비에 다시 맞서 싸우러 나가는 전사 같았다. 쥐포 장사는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고, 엄마는 또 한 번 삶을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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