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을 깨고 말았어요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필사 35(D+276)

by 서강


광복절부터 시작된 사흘간의 휴일. 휴일이라고 여기는 순간, 마음이 먼저 알아챘다. 운동화 끈이 풀려버린 것처럼, 늘 단단히 붙잡고 있던 긴장이 한순간 느슨해졌다. 그 느슨함 속에서 나는 오히려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


반려견 똘이와 신이를 위해 막내와 같이 화식을 만들었다. 닭가슴살을 삶고 채소를 다져 정량대로 용기에 담기까지 꼬박 다섯 시간이 걸렸다. 어깨는 결리고, 가스불의 열기는 땀을 이마에 맺히게 했지만 똘이 신이가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에 한순간 피로가 사라졌다. 아이들 어릴 적 이유식을 만들던 장면이 불쑥 다가왔다. 사랑은 언제나 이렇게 수고로움을 닮아 있구나, 그 깨달음이 조용히 마음에 내려앉았다.


긴 수고 뒤에는 작은 보상을 허락했다. 탐정들의 영업비밀 시청. 타인의 삶을 해부하듯 파헤치는 탐정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상상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악의 뿌리를 엿보았다. 화면 속 이야기는 내게 말없이 가르쳐주었다. 고난은 변장된 축복이라는 것을. 악연을 끊어낼 때 진짜 인연이 찾아온다는 것을. 가장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인연은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라는 것을.


그렇게 하루가 저물 무렵, 275일 동안 필사만큼은 꼭 지켜온 루틴을 처음으로 내일로 미루고 싶어졌다. “루틴이 깨졌구나, 어쩌지.” 그 마음도 잠시, 탐정들의 영업비밀 시청조차도 인생을 배우는 한 권의 책이라 생각하니, 깨진 루틴마저 새로운 성실이 되어주었다.


삶은 언제나 정해진 길로만 갈 수 없다. 때로는 우회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삶을 만나기도 한다. 일탈을 두려워하지 말자. 일탈도 성실이다.

KakaoTalk_20250816_101803882_01.jpg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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