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터지게 싸워보니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필사#36(D+277)

by 서강


부부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결혼은 하나가 되기 위한 두 사람의 의지다. 그러므로 부부는 힘들 때 같이 있어주는 사람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신혼 초, 우리는 사소한 일에도 죽을힘을 다해 싸웠다. 올림픽 정식 종목도 아닌데, 서로를 이기기 위해 끝없는 힘겨루기를 이어가며 마음과 에너지를 소모했다. 나는 남편을 내게 맞추려 했고, 그는 끝내 자기다움을 지키려 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채, 같아야 한다는 억지를 껴안고 살았다.


2025년 8월 16일, 난생처음 싸이의 ‘흠뻑쇼’에 다녀왔다. 관중이 물에 젖으며 환호하는 그 열기 속으로 스며드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남편이 살아 있었다면, 이 자리에 함께 왔을까? 아니면 또 다투며 각자의 길을 갔을까?


그는 사람을 좋아했지만, 이런 분위기는 즐기지 않았다. 나는 늘 그를 친구 남편들과 비교하며 내 페이스에 맞추려 했다. 다름을 끌어안지 못한 채, 같음만을 강요했던 지난날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다르면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니었는데.


그를 떠나보내고 난 뒤에야 알았다. 부부가 자주 다투는 까닭은 하나가 되려 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다름을 그대로 두는 용기야말로 오래 함께 걷게 하는 힘이었다. 힘들 때 서로 곁에 있어주는 것, 그것이 연애와 결혼을 가르는 경계였다.


내 말을 들어주고, 내 마음을 받아주던 대상이 안개처럼 사라지고 난 뒤에야 나는 비로소 ‘함께 있음’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MBTI로 성향을 가늠하는 것도 결국, '나와 당신은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함이 아니던가.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이를 내게 맞추려 애쓰고 있나요,

아니면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며 바라보고 있나요?


남편에게 하지 못한 말을, 이제 나 자신에게 건넨다. “맞추려 하지 말고 인정하자.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곧 상대를 존중하는 일이다.”


다름을 끌어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함께가 된다. by-서강-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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