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물이 속삭이는 조용한 노래.
현관 구석에 놓인 운동화 한 켤레.
햇볕에 바래고, 빗물에 젖은 흔적이
표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처음엔 하얗고 반짝이던 신발이었지만
수없이 걸음을 옮기며 흙먼지를 안고,
때로는 돌부리에 긁히고, 비에 젖으며 색을 잃어갔다.
나는 그 낡음을 바라본다
낡았다는 것은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라
살아온 날들이 고스란히 새겨진 것임을.
닳아서 해진 밑창은,
내 삶의 무게로 남아 있다.
운동화는 말없이 묻는다.
너는 지금 어디쯤 걷고 있느냐고.
길이 고단해도, 발걸음이 더뎌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삶이라고.
빛바랜 운동화는 나에게
앞으로도 함께 걸어가자고,
조용히 속삭인다.
“낡아간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낸 날들의 흔적을 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