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물이 속삭이는 조용한 노래.
책상 구석에 노트 한 권이 놓여 있다.
겉표지는 닳아 손때가 스며들었고,
페이지마다 세월을 견디며 누렇게 바랬다.
펼쳐보면 흐릿하게 남은 글씨들.
무심코 끄적였던 메모, 지우다 남은 흔적,
세월의 자국만큼 옅어진 문장들.
나는 그 낡음을 본다.
잊힌 줄 알았던 시간들이
여전히 그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바래진 종이와 희미해진 글씨가
오히려 그때의 나를 또렷이 불러낸다.
색 바랜 노트는 조용히 속삭인다.
기록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흔적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빛깔로 남아 머문다고,
손때 묻은 노트를 넘기며 나는 깨닫는다.
삶 역시 그렇다는 것을.
세월이 흘러 빛이 바래고 흔적이 희미해져도,
그 안의 이야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바랜 종이 위에 남은 글씨는 잊힌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시간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