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진 걸음

몸이 들려주는 소리

by 서강


느려진 걸음


거리에서 문득 발걸음이 느려졌다.

예전에는 가볍게 내달리던 길이,

이제는 한참을 쉬어야 겨우 닿는다.


나는 그 느려짐을 바라본다.

뒤에서 아이들이 먼저 지나가고,

앞에서 바람이 여유 있게 불어온다.

걸음이 늦어지자, 세상이 먼저 나를 기다린다.


속도를 잃었다고 해서 삶이 멈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멈칫거릴 때마다

나는 더 많은 풍경을 본다.

길가의 풀잎, 스치는 얼굴,

햇살이 드리운 그림자까지.


늦어진 걸음은 말한다.

삶은 달리기가 아니라 산책이라고.

앞서가는 이의 뒷모습보다

내 발밑에 피어난 꽃 한 송이가

더 귀한 풍경일 수 있다고.


“걸음이 더뎌질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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