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필사#73(D+314)
책상 위에 펜이 놓여 있다. 검은 잉크가 아직 마르지 않은 채, 나를 기다린다. 펜촉은 종이와 스칠 순간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 펜을 바라보다가 문득 니체의 말을 떠올렸다. “기술을 배우기 전에, 먼저 머릿속을 정리하는 일이 우선이다”펜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중요한 건 펜을 쥔 손이 아니라, 그 손을 움직이게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김종원 작가는 이렇게도 말했다. “당신의 하루가 귀하다면 당장 글쓰기를 시작하라.”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달리는 속도는 빨라진다. 시간은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면, 어느새 한 해가 사라진다.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려, 나는 글을 쓴다.
필사를 시작한 지 어느덧 313일째 되는 아침이다. 수많은 날 흔들렸고,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헤아릴 수 없이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나를 붙들어 준 건 내 곁에서 나를 따라 필사를 시작한 지인들이었다. 누군가는 벌써 200일을 넘어섰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문턱 앞에서 숨을 고른다.
문장을 옮겨 적으며 작가의 호흡을 느끼고, 글자 하나하나가 손끝을 타고 스며드는 기쁨을 알게 됐다. 독서의 방식도 달라졌다. 이제는 줄거리를 읽는 대신 문장을 음미하고, 단어를 오래 씹는다.
올해 초, 나는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편입했다. 글쓰기가 내가 가야 할 길인지,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지나간다. 연말에 ‘그래도 무언가를 했구나’ 후회하고 싶지 않아 시작했다. 글쓰기의 기술을 배우는 맛이 솔솔 하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에서 배운 지식은 책상 위에 쌓인 교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글을 쓰지 않는다면, 그 모든 지식은 의미가 없다.
나는 주식 강의를 하면서도 늘 같은 걸 느낀다. 똑같은 기법을 가르쳐도 받아들이는 태도는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메모에 열중하고, 누군가는 고개만 끄덕인다. 진짜 차이는 차트 앞에서 버튼을 누르는 사람과, 머릿속에만 담는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다. 그 간극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진다.”
"하루 한 종목이라도 매매하면서 경험을 쌓고, 10 종목 차트를 돌려봐야 한다"라고 외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고 그것이 곧 수익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일단 써봐야 한다. 쓰다 보면 어떻게 써야 할지 답을 찾게 된다.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결국 행동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배우는 걸 좋아한다. 어쩔 때는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저런 이유로 못해본 것들을 해보고 싶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이 어수선하다.
“질서가 필요하다.”
올해와 내년은 글쓰기와 독서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다른 것들이 나를 유혹한다. 내 배움에 대한 갈망이 진짜 성장이 아니라, 겉치레는 아닐까. 그저 욕심만의 그림자는 아닐까. 나는 이 질문을 오래 붙들고 싶다. 그 질문을 붙들고 써 내려가는 동안, 어쩌면 내가 진짜 나로 자라날 수 있을 테니까.
“배움은 욕심이 아니라, 삶을 천천히 단단히 쌓아 올리는 작은 벽돌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