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임장 두 곳을 갔다. 마침 사무실에 나온 며느리가 임장을 따라나섰다. 처음 방문한 오피스텔은 신축이라 컨디션이 좋다. 며느리는 "어머니 너무 좋은데요."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정신없다.
두 번째 방문한 오피스텔은 20살이 되어가는 구축이다. 외관은 깨끗하고 위치도 좋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전까지 며느리 표정을 살폈다. 잔뜩 신바람이 났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극과 극인데 어떤 반응이 나올지....
현관문을 열자, 며느리가 조용히 다가와 손을 가리고 속삭였다.
" 어머니,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이런 곳에 살지 않기 위해서도 열심히 살아야겠어요."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 웃음도 나왔고 대견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바라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안내를 하다 보면, 주거환경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70년대 주거 환경에 거주하는 분들이 있다. 며느리가 보고 느낀 '살고 싶은 곳'과 '살고 싶지 않은 곳' 사이의 간극이, 이 좁은 나라의 현실을 뼈아프게 비추는 거울 같아 마음 한쪽이 시큰했다.
그래, 임장이란 결국 집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속내와 이 시대의 민낯을 보는 일이었다. 이 생생한 경험을 이제 손님들에게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나는 묵직한 숙제를 안고 그 두 오피스텔의 잔상을 가슴에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