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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바다에 툭 던져진 순간, 욕심이라는 파도에

by 서강


우산을 받쳐든 채 걷는 길, 빗소리가 유난히 거칠다. 마치 파도가 해안가를 때리는 소리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건 아닐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쫓기듯 살아가는 일상들. 브런치에 올릴 글감을 찾아 헤매고, 주식 차트를 들여다보며 다음 강의 준비에 몰두하고,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읽으려 애쓰는 나. 전자책 다섯 번째를 준비하며 또 다른 성공을 꿈꾸는 나. 오늘따라 빗줄기가 내 마음을 후벼 판다.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삶일까?"


욕심이라는 파도가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높이. 그 파도에 휩쓸려 정신없이 헤엄치다 보니 어느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우산 끝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바라보며 생각해 본다. 저 빗방울들도 욕심이 있을까? 더 크게, 더 빨리 떨어지고 싶어 할까? 아니면 그저 중력이라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자연스럽게 흘러갈까?


신호등 앞에서 잠시 멈춘 발걸음. 빨간 불빛이 내 마음 같다. 잠깐, 멈춰. 숨 좀 쉬어.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사무실에 도착해 우산을 털어놓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바다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파도와 싸우는 게 아니라 파도를 타는 거라던데..."


욕심을 버리라는 건 아니다. 다만 욕심에 휩쓸리지 말고, 욕심과 함께 춤을 춰보자. 서두르지 않아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때가 되면 저절로 익어가는 홍시처럼, 나의 삶도 그렇게 천천히 무르익어 가면 되는 거니까.

창밖 빗소리가 어느새 자장가처럼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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